나답게 사는 이야기

# Leap Year and Leap Day 내가 이날 아일랜드에 간건 순전히 영화 프로포즈 데이 (한국 개봉시 제목, 미국에서는 Leap Year) 때문이다. 윤년 윤일인 2월 29일에는 여자가 먼저 청혼을 할 수 있으며 거절을 할수 없다는 아일랜드의 풍습을 알고 청혼하러 가는 여자의 고분분투기(?)와 로맨스를 그린 영화다. 아름다운 아일랜드의 자연속에서 시니컬하지만 매력적인 아일랜드 남자와 함께 하는 로드트립이 내 눈에는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프로포즈를 할 남자도 없지만 그 영화에 완전히 매료된 나는 거의 오년 이상을 계획했더랬다. 이미 4년전 2012년에도 계획을 했었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무산되고... 4년 후인 지금은 개털이지만 더이상의 시간적 기회는 없을 것 같아서 유럽여행을 하면서..

15년은 참 불성실한 해였다. 마음을 너무 편안하게 놔버린 나머지 생활마저 딱히 크게 달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결산의 시간이 오자 지난 날의 모습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이렇게도 남기게 없는 해였다니. 그나마 4분기쯤 와서 읽어보려 애를 썼지만 잉여시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독서량이다. 이래가지고 언제 천권을 읽어보나. 여하튼 그래도 결산은 해봐야겠다. 읽은 책은 고작 11권. 그 전해의 반에도 못 미친다. 어디보자... 지난해 결산 때 읽은 책의 양은 23권. 그리고 목표량은 두배인 46권. 곱하기 2가 아니라 나누기 2를 해버렸다. 창피하니 목표량은 연한색으로...;;; 살아남은 책 1. 소년이 온다 (한강 / 창비) 간만에 읽을만한 한국 소설이어서 남겼다. 하지만 너무 무거운 문체로 인해 책 표..

어쩌다보니 한경 청년신춘문예 당선작을 또 읽었다. 사실 내가 읽고 싶었던 것은 열등의 계보도 아니고 옥수동 타이거스도 아닌 2회 당선작 청춘파산이었다. 신용불량자로 아르바이트만 할수 밖에 없었고 사채업자들의 눈을 피해 도망다니던 슬픈 청춘의 이야기가 그렇게 궁금했었다. 더군다나 작가 자신의 자신의 이야기이도 하다는게 더욱 호기심이 동했다. 알라딘 중고서점을 그렇게 찾았는데 없더라고. 아쉬운 마음에 다른 책 몇권을 구매했었는데 그게 옥수동 타이거스와 열등의 계보였다. 옥수동 타이거스는 뭐 앞서 얘기했지만 아쉬움이 많았다. 하지만 열등의 계보는 나를 상당히 놀라게 했다. 이게 고작 24살에 쓴 소설이란 말이야??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힘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이 책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재개발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와 계층 갈등을 일진들의 싸움을 통해 그려낸 이야기다. 먼 과거도 아닌 최근의 이야기를 다뤘다. 신춘문예 당선작이라서 기대하고 봤는데 내 기대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현대의 이야기지만 현대인이 쓴것 같지 않은 어색한 이질감이 읽는 내내 사라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주요 인물들의 나이와 작가의 나이차가 가장 큰 요인이지 않을까 싶다. 그 나이대 애들이 할만한 것들, 그러니까, 싸이월드, 문자 등을 글에 사용했지만 한참 나이 든 사람이 서술하는 듯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게다가 관찰자도 인터뷰어도 주요인물도 시점마저 애매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리 먼 과거도 아닌 가까운 과거를 참 옛날일같이 그려낸다는게 더 이질감 느끼게 했다. 그리고 문득 드는 생각이 이번에 하는 신춘문..

추리소설의 거장이라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이다. 중고서점을 가면 이 책이 자주 보이고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해두길래 그만큼 사람들이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나를 찾아줘 같은 스릴러, 서스펜스 장르를 좋아하기도 하고. 워낙 세련된 디자인으로 되어있어서 작가가 이렇게나 오래된 사람인줄은 몰랐다. 읽다보니 편지를 쓰고 뜨개질거리를 찾는 등의 모습이 좀 옛날 사람같다 싶었더니 꽤 되었더라고. 여하튼 한 집안의 부인으로서 성공적이고 안락한 삶을 꾸리고 있는 영국여자가 낯선 곳에서 뜻하지 않게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겪게 되는 영적 체험을 다룬다. 어떠한 내적 교류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기준으로만 살아가는 여자가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며 계속 생각해나가는 이야기가 굉장히 ..

내가 대체 뭐에 끌려서 이 책을 샀을까. 굉장한 쟁점을 다루긴 했지만 몰입할 수가 없었다. 지나치게 불필요한 세부 묘사와 내용이 많았다. 이런 스토리를 이렇게 두껍게 쓰지 않아도 충분히 쟁점을 다루고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었을 텐데. 그리고 무엇보다도 쟁점을 다루는 데 있어서 충돌되는 입장에 대한 정서적인 개연성 등등이 너무 부족했다. 각각의 입장에 대한 이야기와 시차 교차하는 부분이 이야기의 몰입을 방해한다. 단 한 사람의 감정도 제대로 설명되지 못한 채 큰 책에 흩어져버렸다. 충격적인 결말...? 이미 고슴도치의 우아함에서 받아서 그런지 별로 놀랄 것도 없었고 내가 예상했던 결말이었다. 시간의 흐름을 눈으로 보여주는 영화로서는 적합할진 몰라도 텍스트로서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 시간낭비였던 책이다.

한참 동남아 음식에 꽂혀서 틈나는대로 먹고 만들던 시절에 샀다. 목차를 보고 여행의 이야기는 물론 음식에 대한 이야기와 사진이 많이 나올 줄 알고 구매했는데... 생각보다 음식사진도 많지 않고 그 얘기도 그리 자세하지도 않으며 흥미롭게 풀어내지도 못했다. 그냥 먹고 마시는 여행이야기였다. 동남아 그 지역에 대한 좀더 심도 깊은 고찰이나 사색이 있을 줄 알았는데 뭐랄까... 좀 거리감을 둔 여행자의 시선에서 소비되는 동남아의 음식이 전부였다. 여행의 소비와 공간의 소비 그리고 음식의 소비. 열대 식당의 매력이나 맛깔스러운 이미지도 없어 많이 아쉬웠다. 식당과 음식의 이야기조차 빈약한... 그곳의 음식을 그리고 그곳의 풍경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여행과 음식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이게 몇개월만에 읽는 책인지 원. 그동안 여러번 읽으려고 했는데 초반이 잘 읽혀지질 않아 애를 많이 먹었다. 외국저자가 쓴 책이라 번역에 문제가 있나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번역이 아니라 프랑스 작가들이 난해한 표현이나 수식이 복잡한 표현을 쓰는 것 같다. 그 언어의 특성인가 싶기도 하고. 뭐 여튼 읽지 않는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은 매우 흥미로웠다. 읽을 시간이 많이 없는 현대인(이라고 표현하지만 핑계)들에게는 참 솔깃한 제목이다. 헌데, 그냥 기술같은 책이 아니었다. 독서에 대한 관념을 부수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관념의 세계와 어떻게 마주하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본인이 책에서 받아들인 관념의 세계에서 또다른 세계를 투사하는 것과도 같다. 그리고 그런 관념은 아주 유동적이라는 것. ..

이 책의 저자는 처음부터 이렇게 말한다. 심리학의 최대 과제 중 하나인 그림자를 다루지만 영적 지침서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책이라고. 신비스럽고 영적 체험을 바탕으로 내면의 그림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신학을 배우거나 종교가 있는 사람이라면 거부감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주로 영성과 기독교적인 표현을 사용하다보니 기독교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약간 불편할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큰 틀에서 봤을때 그림자가 가지는 특성과 잠재력,그 그림자를 다루고 통합해야한다는 이야기는 꽤 흥미있었다. 내가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낭만적 사랑이 가져오는 그림자의 측면이었다. 자신의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신의 이미지를 투사하는 것은 자신의 어두운 면인 두려움이나 근심거리를 투사하는 것만큼 위험하다. 우리는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