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의 거장이라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이다. 중고서점을 가면 이 책이 자주 보이고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해두길래 그만큼 사람들이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나를 찾아줘 같은 스릴러, 서스펜스 장르를 좋아하기도 하고.

 

워낙 세련된 디자인으로 되어있어서 작가가 이렇게나 오래된 사람인줄은 몰랐다. 읽다보니 편지를 쓰고 뜨개질거리를 찾는 등의 모습이 좀 옛날 사람같다 싶었더니 꽤 되었더라고. 여하튼 한 집안의 부인으로서 성공적이고 안락한 삶을 꾸리고 있는 영국여자가 낯선 곳에서 뜻하지 않게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겪게 되는 영적 체험을 다룬다.

 

어떠한 내적 교류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기준으로만 살아가는 여자가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며 계속 생각해나가는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진진했다. 그리고 결말도 현실적이고 일관된 분위기여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여자가 단 한번 자신과 마주했다고 해서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다.

 

사람이 변하려면 자신의 영혼과 계속 마주해야만 한다. 그래서 레슬리 부인이 굉장히 멋있었다. 그것들을 현실에 두고 마주하는 것은 굉장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조앤처럼 어느 한 순간은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지만 다시 익숙하고 편안한 순간이 오자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그 모든 순간마다 자신의 영혼과 마주하고 불편한 사실까지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 지금 내가 이 순간에는 내 모습을 받아들이지만 어느 순간엔 그 기억을 잊어버릴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믿고싶고 보고싶은 것만 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과거의 기억은 미화가 된다. 그리고 그때가 좋았다고 말한다.

 

나는 조앤일까 레슬리일까. 조앤처럼 가끔은 내가 시간을 박제한 채 멈춰서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화속에서 아무런 생각의 여지도 허용하지 않은 채. 생각도 많고 할 말이 많았지만 결국은 하던 대로 행동하고야 만다. 그렇게 고여있곤 한다. 그저 다른 웅덩이로 옮겨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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