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한경 청년신춘문예 당선작을 또 읽었다. 사실 내가 읽고 싶었던 것은 열등의 계보도 아니고 옥수동 타이거스도 아닌 2회 당선작 청춘파산이었다. 신용불량자로 아르바이트만 할수 밖에 없었고 사채업자들의 눈을 피해 도망다니던 슬픈 청춘의 이야기가 그렇게 궁금했었다. 더군다나 작가 자신의 자신의 이야기이도 하다는게 더욱 호기심이 동했다.

 

알라딘 중고서점을 그렇게 찾았는데 없더라고. 아쉬운 마음에 다른 책 몇권을 구매했었는데 그게 옥수동 타이거스와 열등의 계보였다. 옥수동 타이거스는 뭐 앞서 얘기했지만 아쉬움이 많았다. 하지만 열등의 계보는 나를 상당히 놀라게 했다. 이게 고작 24살에 쓴 소설이란 말이야??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힘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이 책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한 가문의 일대기를 각 인물들의 이야기로 독립적이면서도 이어져가는 구조이다. 각 인물의 기록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서 인생무상이라는 슬픈 가풍을 지니고 있으며 그 시대가 가지게 하는 상황과 생각의 한계, 아픔 등을 등장인물을 통해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각 인물들의 이야기에는 계속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존재한다.

 

그 연결고리는 너무 작위적이지도 않고 억지스럽지 않게 계속 이야기에 힘을 실어준다. 그들의 역할은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수레바퀴에 스러져가는 듯한 모습이 우리네랑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그 사람들은 파도에 휩쓸리듯 사라져가고 끊임없이 그 계보가 이어진다.

 

그래서 난 이 작가가 더 놀라웠다. 인생의 삼라만상에 통달한 것 같은, 산다는 것은 바로 이런 거란걸 보여주는 듯 했다. 그리고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이야기도 살짝 곁들인 것이 참 이색적이었다. 이야기를 만들고 큰 구조와 사건을 끌고 나가는 센스가 참 보기 좋았다. 앞으로도 무슨 이야기를 할 지 많이 기대되는 작가이다.

 

 

 

아 그리고 이건 여담이지만, 왠만하면 읽은 중고책은 팔곤 하는데 이 책만은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이 책이 재미있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책 뒷면에 남긴 글 때문이다. 첫 책을 축하하는 몇 줄의 문장이 눈에 들어왔는데 음, 왠지 그 글을 붙잡아 두고 싶어졌다. 그 메시지를 남긴 사람은 이 사실을 몰랐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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