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사는 이야기
요즘 보기 드물게 번잡하고 정신없이 편집된 책이다. 중간중간 글의 배경색이 바뀌거나 패브릭패턴이 들어간다거나 하는 등의 난잡함이 책을 더욱 조잡스럽게 만들었다. 정말 시각적으로 끔찍한 편집디자인이었다. 게다가 책의 내용 또한 그리 알찬 것도 아니다. 이 얘기 저 얘기 다 담다보니 어떤 책인지 큰 중심이 보이지 않는다. 소개를 하자는 건지, 잡담을 하자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책을 수십개 모아놓고 요리해보라고 하고 그걸 아울러 통섭의 식탁이라고 이름 붙인 것 같은데 정말 요리하길 바란다면 재료의 특성이 어떤지 어떻게 요리하는지 제대로 알려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저 개인적인 이야기와 지식을 뽐내는 내용, 짧은 글이지만 무슨 말인지 주제가 보이지 않는 글, 시각적으로 더욱 불편한 가독성. 정말 좋지 않은..
단호한 말투로 묘사하는 문체가 읽는 내내 나를 압도했다. 무겁고 딱딱한 분위기였다. 왜 이렇게 철근에 눌린 것 마냥 갑갑하고 묵직하게 이야기하는 걸까 하며 읽다보니 차츰 알 수 있었다. 이 책이 어떤 사건을 그려내고 있는 지를. 한국 현대사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알아챌 것이다. 바로 80년 5월 18일에 광주에서 일어났던 민주화운동을 그려낸 책이었다. 그저 이 책을 추천한다는 말 하나만 믿고 아무런 정보없이 선택했었다. 그래서 소재를 눈치챘을 때 놀라웠다. 이 힘든 소재를 선택하기도 쉽지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작가는 마치 자신이 그 당시를 겪었던 당사자가 된 듯 감정이입을 한 것 같았다. 읽는 내내 나도 살이 떨리고 무서웠을 정도였다. 쓰면 쓸수록,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몰입도가 높아졌다. 초반엔..
작년 즈음에는 짧은 문장 하나만으로도 가슴에 박혀들어와 어쩔 줄을 몰라 그저 눈물만 흘렸더랬다. 그 때 나를 많이 울렸던 문장들은 주로 이곳에서 발췌된 글들이었다. 그래서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보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때와는 달리 읽는 사람의 감성이 많이 달라진 모양이었다. 예전만큼 그 문장들이 아프게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내가 마음이 많이 평온해졌다는 증거였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누군가에게는 하품이 날 정도로 지루하고 건조하게 느껴지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행복이다. 이렇게 평온하기 그지 없는 나에게 가장 마음 아팠던 부분은 음식과의 이별했던 이야기다. 우리는 일생토록 많은 음식을 먹으며 지낼 텐데, 그 즐거움을 영영 맛보지 못한다니. 내가 본 이별 중 가장 슬픈 이별이었다. 몸 관..
15년에 읽은 첫 책이다. 이미 12월부터 읽고 있었지만 게으름을 피운 덕분에 독서일기를 이제사 쓰게 되었다. 미국문화에 대하여 여러가지 부분들을 조명하여 이렇다라고 분석 또는 본인의 생각과 경험을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책이 나올 당시라면 으흠~ 그렇군 하면서 읽었을 법 했지만 어느 정도 미국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여러 칼럼 덕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후라 그런지 그다지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그리고 솔직히 재미가 없었다. 제목은 이게 뭐지? 하고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읽어보니 별 내용이 없었다. 그래서인가. 딱히 기억나는 내용도 없다. 그저 미국이란 나라가 거대하고 수많은 자본이 지배하여 옴싹달싹 할 수 없다는 느낌이 좀 강할 뿐이다. 이렇게 많은 돈들이 이익관계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나라라면..
어느새 한 해가 이렇게 지나갔다. 올해 초만 해도 뭔가 해야할 것 같은 조바심에 안절부절했던 게 벌써 옛날 일 같다. 지금 이렇게 돌아보니 올해는 나에게 다른 해보다 유난히 많은 일들이 벌어졌었고 많은 것을 했던 해이다. 가장 충만하게 채운 해였지만 욕심이 많았는지 조금 아쉽기도 하다. 그 아쉬움중의 하나가 읽었던 책의 권수. 14년 한 해동안 23개의 작품을 읽었다. 대략 50권이라도 읽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열심히 읽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읽은 책들을 살펴보았다. 여기서 읽었던 책들은 딱 한권 빼고는 전부 집에 있었거나 중고서점에서 샀던 책들이다. 앞으로 더 많은 책들을 보기 위해서 다시 보고싶은 책은 남기고 나머지는 다시 중고서점에 팔았다. 그렇게 남은 책들을 모아보니 8권. 그래서 올해의 결산..
요즘 내가 마음이 많이 편안해진 것 같다. 힘들 때 읽던 책이 손에서 점점 멀어지는 걸 보니. 붙잡을 땐 언제고, 좀 편해졌다고 놓고 있다. 처음 마음을 유지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임을 다시 느끼고 있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다시 책을 읽어냈다. 짤막짤막 읽다보니 거의 한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이 책은 E. 자마틴 "우리들",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와 더불어 디스토피아 3대 소설이라고 한다. 사실 이건 검색해봐서 알았다. 다만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읽어본 적이 있었고 조지 오웰의 1984와 비교를 많이 해서 이 책이 궁금했다. 멋진 신세계를 먼저 읽었다 보니 비교를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1984의 세계는 숨막히고 갑갑한 통제의 사회였지만 멋진 신세계의 세계는 인..
사람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책의 이야기를 자기 방식으로 재구성한다. 그 까닭에 책을 읽다가 '빌어먹을 닉'이라고 욕을 했었다. 그의 무신경하고 책임없고 존중하지 않는 구닥다리 마초스러운 모습에 누군가를 떠올리며. 그러나 그 욕은 딱 1부까지만이었다. 2부가 되자 에미이에 공감하던 나는 흠칫 놀라고야 말았다. 이 여자의 쓸데없는 정성스러움은 대체 뭐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에이미의 복잡한 내면은 어떻게 생겨먹은 걸까. 뭐 헤어지고 나서 상대방에 대한 원망과 증오에 사로잡히는 마음은 십분 이해한다. 하물며 5년을 함께 산 남편이라면 그 감정은 더욱 극에 달하겠지. 에이미는 그 감정의 모든 에너지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 기어이 집요하게 해내는 사람 같았다. 절대 ..
# 그래서 완주가 얼마나 걸렸냐구요? 63빌딩 홈페이지를 요 몇일 계속 들락날락 하다가 드디어 공지가 올라왔다. 5일 늦은 오후 쯤에 올라왔었는데 6일부터 출력 가능하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아직도 조회가 안되길래 전화해서 물어보니 1시부터 가능하댄다. 근데 1시에도 안되고. 그래서 2시에 들어가보니 드디어!!! 여기를 누르고 기록증 출력하러 가기를 누른 후 자신의 이름이나 배번으로 검색하면 나온다. 검색검색~!! 아... 나 사진 보고 깜짝 놀람. 왜 이렇게 얼빠진 표정이지. 정말 힘들었나 보다. 보기만 해도 힘이 쫙 빠지는 모습. 올라오고 나서 카메라 들이밀 때 아무 생각 없이 브이만 하고 뻗었는데 설마 이게 기록증 사진이 될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제대로 포즈 잡는 건데 말이다. 그래도 기..
# 1층부터 꼭대기까지 걸어 올라가기 출발 한 3~4일전 쯤이었나. 번호표와 신발에 부착하는 기록치를 등기로 받아놓고는 친구만나고 또 만나고 등등 하느라 새까맣게 잊었었다. 아니 날짜 개념이 아예 사라졌었던 것 같다. 집에 놀러온 친구에게 이거 63빌딩오르기 대회 등기왔다고 내 입으로 말해놓고는 그게 내일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일요일 아침. 이상하게 일찍 일어나지더라고. 7시 반에 일어났는데 뭔가 찜찜한 기분. 뭘까. 이 나사 빠진 느낌은. 방에 나뒹구는 번호표를 보고 혹시? 하고 검색을 해보니 오늘이 바로 그날!! 깜짝 놀라서 얼른 씻고 준비하고 도착하니 9시 10분이었다. 다행히 아직 시작하기 전이었고 제법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간식으로 준다는 바나나는 이미 동이 났더라.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