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사는 이야기/세상을 읽는 방법

책읽기에 있어서는 계속 퇴보의 길을 걷고 있는 해였다. 2015년에 읽은 책의 양이 11권, 그리고 16년에는 8권이다. 지난 해보다 늘기는 커녕 3권이나 줄어들었다. 바빠서라고 하기에는 음... 그렇다고 내가 뭘 많이 이룬것 같진 않다. 그저 나의 불성실함을 탓하는 행위를 작년에 이어 올해 또 데자뷰마냥 반복할 뿐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작년 한해 여행만큼은 많이 다녀왔다는 점이다. 출장으로든 여행으로든 말이다. 그리고 내년 한해에도 많은 여행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그만큼... 돈은 못모으겠지만... 하하핫. 어차피 여행 안가도 안모이는거 신나게 놀기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그냥 놀아보기로 했다. 다만 내 커리어를 쌓는데 있어서는 재정비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살아남은 책 1. 리스본행 야간..

리스본에 가기 전에 이 책을 한번 읽어보았다면 정말 좋았을텐데... 아쉽게도 계획에 없었던 갑작스런 리스본 여행 후 한참 뒤에야 읽게 되었다. 인생을 뒤흔드는 그런 순간이 찾아왔고 책을 얻게 되고 그 책으로 인해 여행을 하게 되는 신비힌 여정이 담긴 책이다. 참 공감이 갔던 게, 삶을 뒤흔드는 그런 놀라운 순간은 자극적으로 오지 않고 아주 평범하게 찾아온다는 것이었다. 사실 나에게도 그렇다. 내 인생을 가장 크게 뒤흔들었던 그런 순간은 정말이지 아주 평범하다. 이런 일에 삶이 바뀐다고? 라고 되물을 만큼. 나를 흔들었던 경험은 고작 도서관에서 손에 가는 책 하나 읽었던 것 뿐이다. 너무나도 사소하고 일상적인 시간 안에서 혼자 감전되었더랬다. 어쨌거나. 내 얘기보다 이 책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그저 한 사..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극의 내용도, 명대사도 아니었다. 시작하기 전에 볼 수 있는, 작가가 아내 칼로타에게 바치는 헌사였다. 사랑하는 당신, 내 묵은 슬픔을 눈물로, 피로 쓴 이 극의 원고를 당신에게 바치오. 행복을 기념하는 날의 선물로는 슬프고 부적당한 것인지도 모르겠소. 그러나 당신은 이해하겠지. 내게 사랑에 대한 신념을 주어 마침내 죽은 가족들을 마주하고 이 극을 쓸 수 있도록 해준, 고뇌에 시달리는 티론 가족 네 사람 모두에 대한 깊은 연민과 이해와 용서로 이 글을 쓰도록 해준, 당신의 사랑과 다정함에 감사하는 뜻으로 이 글을 바치오. 소중한 내 사랑, 당신과의 십이년은 빛으로의, 사랑으로의 여로였소, 내 감사의 마음을 당신은 알 것이오. 내 사랑도! 정말이지, 만약 내가 이 아픔을 쓰려고..

미국 문학의 고전으로 책을 읽지 않았어도 제목은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심지어 난 이미 줄거리를 알고 있었다. 도서관의 인문학 강좌에서도 들었고 책 읽는 에세이에서 빠짐없이 나오고 영화로도 이미 봐온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 알고 봐서 그런지 뒷내용이 궁금해지는 즐거움은 아쉽게도 없었다. 이 책이 흥미로운 건 이야기 플롯이 아닌 캐릭터의 특징과 그 특징의 배경이 되는 시대상 그리고 그 시대의 냉혹한 허상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작가의 문체 덕문이다. 데이지는 아름답지만 속물이며 쉽게 흔들린다. 그 시대에 충분히 있을 법한 상류층의 흔한 속물여자. 왠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비비안 리 같기도 하다. 개츠비는 그런 그녀를 얻기 위해 같은 계층으로 올라가려고 갖은 집념을 불사른다. 사랑을 쟁..

이런 책을 읽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술술 읽어나가는 즐거움도 있지만 사람들의 내면에 가지고 있는 착한 마음을 톡톡 건드리는 느낌을 준다. 고민을 상담해주는 할아버지의 잡화점에서 30여년의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는 기묘한 하룻밤동안 많은 사람들의 인생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많은 인생의 선물을 얻어간다. 고민을 들어주는 잡화점 할아버지 이야기가 기본 배경으로 깔려있다. 고민에 대처하는 할아버지의 진지한 태도는 사람을 굉장히 뭉클하게 만든다. 상담자 스스로도 답을 알고 있는 질문 안에서 상담자의 진짜 심리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답을 하려 애쓴다. 그리고 장난편지를 무시하라는 아들의 말에 장난이라 할지라도 답장을 바라는 사람의 근본적인 마음은 같다며 이렇게 대답한다. (중략)……인간의 마음속에..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이야기바구니같다는 묘한 상상과 흥미를 유발하는 제목이다. 헌책방을 하는 어떤 아저씨의 주무대인 헌책방에서 사람들의 이야기, 책 읽은 이야기들이 주된 내용이다. 행복한 책읽기라고 되어있지만 사실 책 읽기라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에 가까웠다. 책을 집어들면 자신의 추억과 그 책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물 속에서 샘 솟듯 흘러나와 '나 그때 사실은 이랬었지'라고 풀어놓는 듯했다. 그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나도 그때의 감정과 추억을 함께 공유하는 기분이었다. 특히 대형서점에 가기 위해 한두시간이 넘는 거리를 걸어다녔다는 얘기를 보면 어린 시절 가끔 차비를 아끼려고 한시간 넘게 걸어다녔던 추억이 되살아났다. 다만 난 서점에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차비로 군것질을 하려고..

유럽여행을 가기 전에 읽어보려던 책이었다. 하지만 여행 전엔 준비하는 데 바빠 전혀 읽지도 못했고 돌아오고 난 뒤에야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집은 건 파리의 유명한 영미문학 전문 서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서였다. 헤밍웨이 등 위대한 문호들이 거쳐갔고 여러 유명 작가들이 낭독회를 가진다는 그 서점. 무엇보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두 주인공이 9년만에 재회한 그곳이기도 하다. 로맨틱과 낭만의 환상을 품은 내가 이 책을 집은 건 당연한 수순일 수 밖에. 캐나다에서 기자생활을 했던 저자가 서점에 불시착하여 몇달간 지냈던 이야기를 쓰고 있다. 서점의 역사와 주인의 역사 그리고 서점에서 살았고 살아갔던 사람들과 자신의 이야기이다. 아니, 서점에서 지낼 수 있었다니. 우와. 그런건 ..

신화라는 건 참 많은 걸 담고 있다. 역사와 문화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관과 인간 자체의 본성은 물론 인류가 가지는 보편적인 특성까지 아주 많다. 그래서 신화는 나에게 아주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다. 대체로 우리가 접하는 신화는 우리나라의 신화와 그리스 로마 신화, 더 가면 고작해야 북유럽 신화다. 북유럽 신화는 각종 게임과 마블 코믹스 덕분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동아시아의 신화는 아주 낯설다. 사게 된 경위는 바이칼 호수 때문이다. 내가 처음 여행을 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곳이 몽골이었고 바이칼이 가장 큰 동기였다. 바이칼 호수는 동아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역사적으로도 아주 신성하고 중요한 장소이다. 아마 민족의 근원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과 이 지역의 신화는 우리랑 무슨 관련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결..

얼마만의 책인지 모르겠다. 올해 처음 완전히 다 읽은 책이기도 하다. 사실 이 책 말고도 읽은 책이 있긴 하지만 여행가기 전에 정보조사 차원에서 대강 훝었던 책뿐이라 리뷰를 쓰기 좀 애매한 부분이 있다. 이미 벗꽃도 다 진 이 시점에서 올해의 첫 책ㅋ. 이 책의 제목은 어디선가 많이 듣기는 했지만 제대로 인식하게 된 것은 비밀독서단이라는 tvn예능 덕분이다. 햐... 이런 예능이 나와줘서 너무 좋다. 세상에 읽을 책들이 정말 많다고 생각을 하지만 이렇게도 많이 읽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고 알려주는 한편 책 욕심을 더욱 고무시키게 하는 프로이다. 하지만 고무됨과 반대되는 나의 행동들이 문제. 여튼 각설하고 이 책은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약간 달랐다. 여러 단편들 중 가장 기대를 했던 '퀴르발 남작의 성'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