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즈음에는 짧은 문장 하나만으로도 가슴에 박혀들어와 어쩔 줄을 몰라 그저 눈물만 흘렸더랬다. 그 때 나를 많이 울렸던 문장들은 주로 이곳에서 발췌된 글들이었다. 그래서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보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때와는 달리 읽는 사람의 감성이 많이 달라진 모양이었다. 예전만큼 그 문장들이 아프게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내가 마음이 많이 평온해졌다는 증거였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누군가에게는 하품이 날 정도로 지루하고 건조하게 느껴지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행복이다.

 

이렇게 평온하기 그지 없는 나에게 가장 마음 아팠던 부분은 음식과의 이별했던 이야기다. 우리는 일생토록 많은 음식을 먹으며 지낼 텐데, 그 즐거움을 영영 맛보지 못한다니. 내가 본 이별 중 가장 슬픈 이별이었다. 몸 관리를 잘 해야겠구나 벌벌 떨었지

 

그 외에 연애에 대한 이야기들은 내가 많이 고민했고 깨닳은 생각들과 많이 비슷했다. 나라는 그릇 안에서 감정이 줄줄 흘러넘치던 그 때라면 이 책을 더 절절하게 읽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그때로 돌아가 책을 읽어보고 싶은 미친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다. 내가 아직 인생을 덜 살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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