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책의 이야기를 자기 방식으로 재구성한다. 그 까닭에 책을 읽다가 '빌어먹을 닉'이라고 욕을 했었다. 그의 무신경하고 책임없고 존중하지 않는 구닥다리 마초스러운 모습에 누군가를 떠올리며. 그러나 그 욕은 딱 1부까지만이었다. 2부가 되자 에미이에 공감하던 나는 흠칫 놀라고야 말았다. 이 여자의 쓸데없는 정성스러움은 대체 뭐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에이미의 복잡한 내면은 어떻게 생겨먹은 걸까. 뭐 헤어지고 나서 상대방에 대한 원망과 증오에 사로잡히는 마음은 십분 이해한다. 하물며 5년을 함께 산 남편이라면 그 감정은 더욱 극에 달하겠지. 에이미는 그 감정의 모든 에너지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 기어이 집요하게 해내는 사람 같았다. 절대 ..
# 그래서 완주가 얼마나 걸렸냐구요? 63빌딩 홈페이지를 요 몇일 계속 들락날락 하다가 드디어 공지가 올라왔다. 5일 늦은 오후 쯤에 올라왔었는데 6일부터 출력 가능하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아직도 조회가 안되길래 전화해서 물어보니 1시부터 가능하댄다. 근데 1시에도 안되고. 그래서 2시에 들어가보니 드디어!!! 여기를 누르고 기록증 출력하러 가기를 누른 후 자신의 이름이나 배번으로 검색하면 나온다. 검색검색~!! 아... 나 사진 보고 깜짝 놀람. 왜 이렇게 얼빠진 표정이지. 정말 힘들었나 보다. 보기만 해도 힘이 쫙 빠지는 모습. 올라오고 나서 카메라 들이밀 때 아무 생각 없이 브이만 하고 뻗었는데 설마 이게 기록증 사진이 될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제대로 포즈 잡는 건데 말이다. 그래도 기..
# 1층부터 꼭대기까지 걸어 올라가기 출발 한 3~4일전 쯤이었나. 번호표와 신발에 부착하는 기록치를 등기로 받아놓고는 친구만나고 또 만나고 등등 하느라 새까맣게 잊었었다. 아니 날짜 개념이 아예 사라졌었던 것 같다. 집에 놀러온 친구에게 이거 63빌딩오르기 대회 등기왔다고 내 입으로 말해놓고는 그게 내일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일요일 아침. 이상하게 일찍 일어나지더라고. 7시 반에 일어났는데 뭔가 찜찜한 기분. 뭘까. 이 나사 빠진 느낌은. 방에 나뒹구는 번호표를 보고 혹시? 하고 검색을 해보니 오늘이 바로 그날!! 깜짝 놀라서 얼른 씻고 준비하고 도착하니 9시 10분이었다. 다행히 아직 시작하기 전이었고 제법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간식으로 준다는 바나나는 이미 동이 났더라. 흑흑...
# 기다리고 기다렸던 63빌딩 오르기 대회 처음 이걸 해보고 싶다 생각한 건 개그콘서트의 헬스걸 코너의 개그맨들이 올린 인증영상 때문. 그냥 막연하게 생각해 본 적은 있었다. 아래에서 맨 끝까지 걸어서 올라가면 어떨까 하고. 그 코너를 보니 본격적으로 흥미가 생기더라고. 그래서 버킷리스트에 넣어봤다. 꼭대기까지 각 층마다 인증사진 찍기로. 언젠간 해야지 하고 입으로만 하다가 어느 날 지인에게 말하니 아무나 계단 이용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었다. 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아... 어떻게 허가를 받지. 무슨 좋은 방법 없을까 찾아봤는데 다행히도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63빌딩 오르기 대회. 보통은 거의 10월 쯤에 하는데, 올해는 이상하게 아무리 기다려도 계단오르기 대회 공지가 안 뜨더라고...
벌써 온다 리쿠의 책은 세번째다. 불안한 동화는 예전에 읽은 거라 감상을 남기지 않았지만 밤의 피크닉에 이어 상당히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이 소설은 서술방식이 정말 독특했다. 제목 그대로 Q & A 형식. 원인이 존재하지 않는 대형마트의 기이한 재난을 취재하는 한 사람이 직·간접적으로 재난을 겪었던 사람들을 인터뷰한다. 각 챕터마다 오직 두 사람만의 대화가 오간다. 처음에는 그 사건의 원인을 찾아가는 이야기인가 했는데, 사건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재난으로 인해 겪게 된 감정의 변화, 원래 가지고 있었던 내면 깊은 곳의 무언가의 발현, 자신의 추악한 본성의 발견과 그 고통 등. 그리고 한 시점에 머물지 않고 각 대화에 시간 차이를 두고 연대기 형식으로 사람들의 변화도 함께 그려냈다. 우리에게도 충..
제목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뽑은 책이다. 더불어 표지 디자인도. 많은 사람들이 표지의 오묘한 느낌에 이 책을 집어들었을 거라 생각한다. 신비한 프롤로그에 끔찍한 살인 사건의 주인공으로부터 묵직하게 시작한다.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많이 풀어놓아 산만하기도 했지만 나름 집중도 잘되고 몰입도도 높았었다. 딱 중반까지는 그랬다. 아쉽게도 중후반에 들어가니 개연성이 많이 떨어졌고 당황스러웠다. 이리저리 풀어놓은 이야기들이 큰 흐름에 편입되지 못하고 흩어져 버렸다. 몇달 전 읽은 모방범도 풀어놓은 이야기가 많았었고 뜬금없이 뭐지? 하는 사건도 있었지만 그것도 마지막에 가서는 유의미하게 잘 엮어냈었는데, 이 작가는 그렇게 영리하지 못한 것 같았다. 특히 주인공 토비아스. 그가 왜 기억을 잃었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
Bucketlist 079 아쿠아리움 가보기 # 나에게 아쿠아리움이란 아쿠아리움. 이게 뭐라고 가보고 싶냐고? 그 이유는 감성적인 판타지의 측면이 크다. 그 있잖아, 드라마 보면 남녀가 수족관에서 만나는 그런 장면들. 음,,, 최초의 경험은 영화 후아유. 고등학교 2학년 때 본 영화다. 첫 데이트에서 본 영화였지. 여주인공이 63빌딩 수족관 다이버였는데 사고로 인해 청력이 좋지 않다는 점이 나와 유사해서 마음이 짠했었지. 돌고래와 수달들, 인어쇼,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 있다는 티티카카 호수, 가상 세계 속 호수 위의 섬 등... 이런 요소들이 내가 가진 아쿠아리움의 이미지에 신비감을 덧대어 졌던 것 같다. 아쿠아리움에 대한 또 다른 인상적인 장면은 드라마 어느 멋진 날의 엔딩. 남녀주인공이 아쿠아리..
Bucketlist 045 육로로 국경 넘어보기 # 홍콩에서 심천으로 기차를 타고 육로 이동 이걸 해보고 싶다고 본격적으로 생각했던 건 3년 전 태국여행에서였다. 그때 여행에 대해 많이 검색해보고 정보를 찾아 헤매던 중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견했다. 비행기를 타지 않고 오로지 육로만으로 태국으로 간 여자 이야기. 지금 검색하니 그 내용이 어디 있는지는 못 찾겠다. 여하튼 그 사람은 인천에서 배 타고 중국으로 그리고 중국에서 계속 육로로 이동하여 베트남, 라오스를 거쳐 태국으로 왔다고 했다. 와... 이동시간만 해도 보통이 아닐텐데 어떻게 그런 여정을 했는지 놀라울 따름. 하루 최소 10시간, 보통은 그 이상씩 차량 이동을 몇날몇일씩 했는데 굉장히 힘든 여정이었을 거다. 그래서 여행 중 일행들에게 이런 사람..
# 짐톤슨의 집 그리고 한국으로 한국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날이었다. 마지막으로 아유타야에 함께 갔었던 친구가 이 날도 공항까지 함께 해준다고 해서 같이 움직였다. 방콕에서 이제 궁금한 곳은 짐톰슨의 집이었다. 이 집에 가고 싶었던 건 집 주인의 미스테리한 실종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 그리고 열대우림으로 꾸며진 집도 궁금했다. 그리고 와보니 정말 마음에 들더라. 내가 동남아 하면 상상하고 기대했던 모습이었다. 열대우림으로 가득한, 다홍색의 선명한 꽃이 있는 그림 같은 집. 짐톰슨이 이곳을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고 가꾸었는지 그 마음이 전해지는 듯 했다. 이 집의 역사나 물건들의 쓰임새, 의미도 잘 모르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보기 좋았던 곳. 이 집에서 충분히 행복했으리라 싶다. 그리고 우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