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동안의 일정 (4일차 - 5월2일)

 

섬투어 예약할 때 같이 예약한 반딧불 투어가 있는 날. 해가 져야만 반딧불을 선명하게 볼 수 있어서 다 오후에 투어가 시작한다. 일찍해봤자 가서 뭐 할것도 없고 끼워넣어봤자 야생원숭이 정도라서. 그래서 오전엔 호텔에서 휴식 후 근처 마트에서 사갈 것들 쇼핑하고 오후에 나나문 투어한 것이 전부인 일정. 브리핑하니 너무 간단하다.

 

호텔 휴식 및 쇼핑

 │    늦은 조식 후 근처 마트와 시장에서 쇼핑 후 짐챙기기

나나문 투어

 │    2시 나나문 투어 차량 탑승하여 8시 30분까지 반딧불 투어

공항으로

 

 

 

역시 혼자다보니 꾸물대고 방에 붙어있으려고 한다. 일찍 일어나긴 했지만 조식을 먹으로 10시에 나왔다. 사실 오전에 시간이 남으니 시내관광을 할까 하다가 모스크를 봐서 뭐하나 싶고. 쇼핑센터도 환전하는 날 좀 둘러보니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해서 호텔 인근에 마트에나 가봤다. 뭐 동남아니까 말린 망고 정도는 사야지. 거기에 카야잼이 좀 유명하대서 그것도 좀 샀다. 그리고 알리 화이트커피가 유명하다고 해서 그것도 좀 샀다.

 

커피는 참 특이한 음료인듯 하다. 각 나라마다 독특한 커피맛이 있다. 우리나라는 인스턴트 커피. 일명 다방커피라고 불리는 이게 외국인이 느끼기에 굉장히 재미있는 맛이라고 한다. 베트남은 로브스타종을 재배하는데 다른 로브스트종과 다른 독특한 향이 있다. 거기에 동남아 특유의 진하고 달콤한 연유를 섞어 먹는데, 이 맛의 인상은 하나의 색이 아닌 진한 커피브라운에서 아이보리색으로 그라데이션 된 듯한 느낌을 준다. 섞여진 색이 아닌 양 끝의 짙은 맛과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 둘다 가지고 있다. 그래서 베트남 커피라고 부르며 이 맛을 애호하는 마니아층도 많다.

 

말레이시아도 자기네 나라에서 생산되는 커피와 달달한 연유가 들어간 커피가 유명했다. 가장 유명한 게 올드타운 화이트 커피. 마트에서도 믹스로 팔더라. 올드타운 카페에 가서 먹어보려고 했었는데 어깨는 따갑고 돌아다니기 피곤해서 그냥 믹스로 만족하기로 했다.

 

다시 호텔에 돌아와 산 물건들을 패킹하고 픽업 차량을 기다렸다. 아침을 늦게 먹어서 그런지 별로 고프지 않아서 먹지도 않았다. 차량이 도착해서 짐 싣고 탑승하니 전부 한국인이었다. 역시 한국인이 많이 신청하는 투어라. 부녀지간으로 보이는 남녀는 다이빙하러 7박8일 있었다고 한다. 친구지간으로 보이는 여자 셋은 나랑 비슷한 일정을 보냈더라고. 첫날 호텔에서 놀고 두번째 날은 섬투어를 갔는데 만타나니 섬으로 꽤 멀리 갔다고 한다. 사실 나도 만타타니섬 가고싶긴 했지만 가는데 버스타고 2시간 배타고 40분이래서 스킵했다. 몸편한 휴양이 목적이었으니까.

 

그렇게 버스는 시내를 달리다가 어딘가의 호텔에서 멈췄다. 어제 봤던 그 타이완 자매였다. 같은데서 같은 투어 또 신청했던 것이다. 반갑게 인사하고 서로 얘기를 나누다가 잠이 들었다. 이동시간이 2시간. 다들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잠이 들었고 나는 가만히 바깥구경을 했다. 저 멀리 모스크로 추정되는 건물이 보였다.

 

 

그리고 들소같이 생긴 동물들이 간혹 눈에 들어왔다. 도심을 좀만 벗어나면 이렇게 쉽게 동믈을 볼 수 있었다. 자유롭게 방목을 해서 그런지 소들이 비대하지 않고 날렵하다. 간혹 너무 마른 애들도 보인다.

 

 

시간이 좀 지나자 산 속 숲길로 덜컹거리며 진입했다. 공터같은 곳에 차를 세우고 안쪽으로 들어가자 선착장이 보였다. 일단 대기실에서 대기하는 동안 선착장을 찍어보았다. 이미 먼저 와있는 각양 각색의 사람들. 간단하게 차와 먹을거리가 놓여져 있길래 기다리면서 좀 챙겨먹었다. 점심을 아직 안 먹은 터라 살짝 출출했었다.

 

 

이윽고 배탈 시간이 되었다. 강을 따라 쭉 움직였다. 확실히 바다와 강은 느낌이 달랐다. 바다는 너울의 힘이 강했고 강도 출렁이긴 하지만 바다만큼은 아니었다. 그러니 내가 바다에서 맥을 못추지. 먼저 아생 원숭이 투어부터 시작이다.

 

 

 

야생원숭이다보니 멀리서만 볼 수 있다. 숲 안에서 애들이 끼룩거리며 나와서 배에 탄 사람들을 경계태세로 바라본다. 그러다가 사라져버린다. 예민한 애들이라 그런지 초반에만 좀 보이고 그 이후엔 볼 수 없었다. 강을 쭉 따라가다보니 한 가운데 알수 없는 고철물이 세워져있더라고. 연기도 나고... 이게 대체 뭐지.

 

 

앞에 두 사람은 우리를 안내해주는 가이드들이다. 두명이 탑승을 했다. 뭐 자세하게 설명하는건 없었고, 중간중간 재미있게 원숭이 흉내도 내고 농담도 하고 그런다.

 

 

암만 다녀도 원숭이가 다시 나올 기미가 안보였다. 왜 계속 이렇게 있나 했더니 석양때문이었다. 이곳에서의 석양이 그렇게 아름답다고들 했었지. 코타키나발루가 세계 3대 석양중의 하나라고 한다. 해지는 모습이 벌써부터 이쁘다고 다 지기도 전에 사진을 마구 찍어댔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오렌지색으로 물드는 마법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아까 지나왔던 강이, 그 평범해보였던 강변이 이 오렌지색 마법으로 인해 특별해졌다.

 

 

그냥 강에 떠있었을 배가 하나의 풍경이 되고 그림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점점 더 넓은 강으로 향해갔다.

 

 

우와. 다들 감탄을 금치 못한다. 사람이 서있는 모습이 풍경으로 변했다. 어부는 물고기를 잡고 소들은 바다와 만나는 지평선을 한가로이 산책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순간에 나 혼자 있다는 것이 급 서글퍼졌다. 꼭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와 함께 있다면 그 순간이 마음에 평생 새겨지는 풍경이 될 수 있을 텐데.

 

 

저녁먹을 시간이 되어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갔다. 아까 있었더 간단한 먹거리에서 좀더 먹을 거리가 많아졌다. 볶음밥과 양념된 고기, 튀김, 차, 커피 등등. 종류는 섬투어 때보다 적지만 맛은 더 맛있었다. 이것도 뭐 딱히 찍을만한 건 아니어서 찍진 않았다. 그러고 보니 이번 여행은 식도락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네.

 

그리고 이제 반딧불 투어가 시작되었다. 강이다보니 모기가 많다고들 하는데 일단 난 긴팔 긴바지를 입어서 별로 영향을 받지 않았고 보기에도 모기가 그렇게 많진 않았다. 오렌지색 마법이 끝났으니 이제 다른 마법을 보러 가야지.

 

어두컴컴한 강을 좀 따라가다 보니 어느 한 곳에서 반딧불의 무리가 보였다. 와우. 저렇게 선명할 수가. 예전에 태국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개체수도 많고 잘 보였다. 이래서 나나문 투어을 선호하는구나. 사진으로 담고 싶지만 뭐... 당연히 찍을 수 없다. 정확히는 찍히지도 않는다. 그저 눈으로만 담아갈 수 있다.

 

굉장히 예쁜데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네. 아마 앞으로는 반딧불 투어는 이곳 아니면 아예 볼 생각도 안할 것 같다. 배쪽으로 날아온 반딧불 몇마리 잡아서 보기도 하고 다시 날려보내고를 반복했다. 이렇게 투어가 끝났다.

 

이제 집으로 갈 시간. 이 투어는 주로 마지막날 많이 해서 바로 공항에 픽업까지 해준다. 뭐 호텔 여기저기 들르기보단 한꺼번에 나가는 한국인들 공항에 내려주는게 편할수도 있겠다. 그런데 투어가 8시 30분에 끝났다. 비행기는 11시30분인데... 가는데 2시간. 그러면 아무리 빨리 가도 10시 30분이다. 인천공항은 항상 기본 2시간 전에 도착인지라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가는게 불안했다.

 

제발 빨리 도착해줘... 그리고 한시간 전에 도착을 했다. 부리나케 뛰어가서 짐을 부치려는데... 어라. 공항이 너무 한가하다. 제길. 나트랑처럼 굉장히 할거없고 여유있는 곳인가보다. 괜히 맘만 급했네. 여하튼 한시간인데도 생각보다 너무 할게 없어서 당황했다. 한 40분 전에 도착해도 아무 무리가 없을 정도로 한가하다.

 

다음에 또 올일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땐 천천히 가야겠다. 휴양지는 다들 이렇게 공항이 작은가?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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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게 별로 없는 코타키나발루 여행이 끝났다. 크게 한거라곤 섬투어와 반딧불 정도네. 나머진 동네마실 수준. 기분이 뭐랄까 우리나라 남해 어딘가의 리조트에 비행기타고 온것 같은 그런 느낌. 이제 한 1~2년은 여행 자제하고 돈 모아서 유럽여행 가야징~

 

마지막은 제셀톤 포인트의 석양. 너무 이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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