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쌍 우산공예 마을

 

혼자 다니게 되니 급 게으름이 붙어버렸다. 일행들과 함께 여행할 땐 정말 열심히 돌아다니고 놀았었는데. 그 친구들은 치앙마이에서의 내 모습을 알면 놀라겠지. 전날 충분히 쉬어줬음에도 불구하고 아침 늦도록 잠을 즐기다가 점심때서야 기어나왔다.

 

사실 치앙마이에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방콕에서 기다리는 현지 친구들이 있어서 더 길게 계획할 수가 없었다.그래서 이날 저녁에 돌아가는 여행자 버스를 예약하고 투어는 공예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공예 투어가 치앙마이에 온 가장 큰 이유였으니까. 일단 보쌍 우산공예 마을에 가기 위해 썽태우를 타고 출발.

 

 

보쌍 간다고 하고 내리니 이곳이었다. 입구인가. 꽤 화려하게 생긴 문이 저렇게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사람은 많지 않고 굉장히 한산했다. 관광으로 오는 사람이 있긴 한건가? 싶을 정도로 한산해서 조금 당황. 좀 걷다보니 아래와 같은 우산을 잔뜩 걸어놓은 가게들이 있었다.

 

 

각각의 가게에는 각종 공예 전시분들이 있었다. 그런데 뭐 지난 밤 갔던 나이트마켓과의 차별성은 우산 정도? 그외의 공예품은 공예품이라기보단 생활용품 같은 것들이 더 많았다. 공예가의 창의성과 독특함을 보려면 나이트바자가 훨씬 볼거리가 많다. 이곳에서 목베게를 샀는데 뒷통수가 납작한 나로선 딱 좋은 사이즈여서 굉장히 좋아했지. 지금은 언니가 가져가고 없는...ㅠㅠ

 

 

생각보다 달리 구경할 건 없어서 다시 썽태우를 타려는데 어디서 어떻게 타야할 지 모른다는 문제가 발생. 세븐일레븐이 보이길래 들어가서 영어로 룽아룬 가고 싶다고 물어봤더니 영어를 잘 못하는지 직원이 당황해 하더니 점주를 데려오더라. 점주도 당황하더니 일단 썽태우를 어찌어찌 태워보내줬는데 더 큰 문제는 룽아룬까지 가는 썽태우는 없었다는 것. 썽태우는 일단 어딘가의 마을에 내려줬다.

 

룽아룬 온천에는 가야겠고 어떻게 하면 갈까 하다가 난 정말 위험천만한 짓을 저질렀다. 바로 히치하이킹. 여자가 외국의 시골에서 히치하이킹이라니. 한국에서 해도 욕먹을 짓이다. 하지만 무식하면 무슨 짓인들 못하겠나. 그때의 내가 딱 그랬다.

 

그냥 트럭 붙잡고 나 룽아룬 가겠소. 태워다 주쇼. 라고 했지. 물론 시골이라 그런지 트럭아저씨도 영어를 전혀 못 하셨다. 얄팍한 태국어로 약짜빠이 룽아룬~ 그랬지. 휴,,, 혼자 호텔도 못 알아보면서 이런 용기는 대체 어디서 났는지. 무사히 룽아룬에 도착하곤 뭐 별거 없잖아? 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참 기가 막히다. 아무리 결과는 성공이었어도 하면 안되는 일이다.

 

하지만 무지한 난 돌아올 때도 같은 짓을 했다. 마침 오토바이를 끌고 온 두명의 한국인 남자들을 보고 숙소에서 나오기 전에 주인집 아주머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한 두시간 전쯤 남자 두 명이 오토바이 타고 온천간다고 했었는데 라고. 혹시 그 사람들인가 해서 코리아하우스에 숙박했냐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돌아가는 편을 모르니 온천 끝나면 나좀 태워주면 안되겠냐고 말이다. 어찌어찌 오긴 했는데 돌아가는 방법 몰라요. 도와주세요~ 뭐 이렇게. 그렇게 숙소에 돌아올 수 있었다. 이 남자 둘은 친구인데 한명은 비행기로 방콕가고 한명은 일주일 더 있을 예정이라 나중에 빠이에 갈거라고 했다.

 

여튼 룽아룬의 온천 체험. 온천은 그냥 우리나라 80년대 목욕탕처럼 낡은 개인 탕에 들어가더라고. 그때 유황온천을 처음 체험해봤다. 유황이란게 원래 그런 꾸리한 향이 나는 줄도 모르고 아~ 냄새 이상해~ 했었지. 일단 온천 입구에 들어가니 이렇게 공원처럼 꾸며져 있었다.

 

 

좀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이렇게 뜨거운 물을 뿜어내는 곳이 나온다. 그리고 온천수를 모아두는 우물 같은걸 만들어 놓았는데 이곳에서 계란을 익히더라고.

 

 

계란을 얼마나 익혀야 하는지 그 시간도 알려준다. 그리고 온도는 무려 105도. 가까이 가니 열기가 장난 아니더라. 아래와 같이 바구니에 계란을 넣어 꼬챙이에 걸어놓고 원하는 시간 동안 기다리면 된다.

 

 

저건 다른 사람의 계란. 나는 입맛이 없어 먹지 않았다. 치앙마이가 그나마 덜 덥다고 하지만 나에겐 매한가지로 똑같이 더워 죽을 지경이어서 입맛도 별로 돌지 않더라고. 그렇게 한 두어시간 있다가 오토바이를 얻어타고 치앙마이 시내로 향했다. 그 뻥 뚫린 도로에 잠시 멈춰서서 사진을 찰칵.

 

 

거 참. 어떻게든 시내엔 돌아왔다. 신기하기도 해라. 난 여행자버스를 타고 돌아갔고 그 사람들은 뭐 각자의 여행을 떠났겠지. 이 때 내가 오토바이를 처음 타는 거라 오토바이 배기통 같은 거에 종아리를 데였다. 나중에 한국와서 내 다리를 본 사람이 오토바이에 데였구나? 하고 바로 알아차리더라고. 초보 오토바이 탑승자들은 그렇게 많이들 데이나보다.

 

개인적으로는 치앙마이가 굉장히 좋았다. 백색사원도 보고 빠이도 가고 트래킹 및 고산족 마을 투어도 했으면 좋았을텐데. 그리고 치앙라이도 가보고 싶었다. 골든 트라이앵글이 있다는 매홍쏜 등. 헐, 그러고보니 난 참 위험한 걸 좋아하는 듯 하다. 지나치게 도전적인건가.

 

만약 다음에 태국에 올 기회가 있다면 치앙마이 등 북부에는 2주 이상 머물겠다 다짐했지. 그렇게 치앙마이의 매력에 흠뻑 빠진 상태로 방콕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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