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콕에서 나홀로

 

다시 혼자로 돌아왔다. DDM게스트하우스의 도미토리룸에는 점점 아는 얼굴들이 사라지고 홀로 남았다. 여행을 떠나게 한 처음의 생각에 빠져볼 시간이 왔다 싶었지. 오롯이 혼자 남는 시간. 일단 걷기부터 했다. 계속 걸어서 카오산로드 어딘가의 음식점에서 포장한 요리를 아침으로 먹고.

 

 

이렇게 한국음식을 파는 노점도 보고 타코 비슷한 음식을 파는 가게도 보고. 순대국밥이 무슨맛인가 궁금해서 먹어보고 싶었지만 이미 아침 식사를 한 후라 다음을 기약했지. 그러나 다음 날 아침에 갔더니 없었다. 아쉽게도 이게 내가 본 마지막이었다.

 

 

그렇게 거리 구경을 하고 나서 방콕 왕국 가는 길에 있는 공원 사남 루앙으로 향했다. 왕궁을 한번 더 보려고 했던 건 아니고 그저 지나는 길에 보았던 넓고 푸른 풀밭에 있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왜 떠나왔는지, 무슨 해답을 찾으려 했는지 잠시 생각에 빠졌지.

 

 

그저 새를 보며 하늘 보며 구름 보며. 하지만 찾을 리가 없었다. 애초부터 해답은 찾으러 떠나는 게 아니라 자신 안에서 찾아야 하는 거니까. 이렇게 답이 나오지 않는 걱정은 접어두기로 하고 미련스런 생각은 털어버리고 자리를 떴다.

 

그리고 도미토리룸에 한 친구가 남기고 간 방콕정보를 찾아서 푸아키란 곳에 갔다. 쌀국수와 쉐이크가 맛있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과연! 국물있는 쌀국수는 단언컨대 여기서 먹은게 최고였다. 해산물 쌀국수인데, 동남아 특유의 향신료 향이 강하지 않고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더불어 쉐이크도 상당히 맛있었고.

 

 

이날 저녁에는 전에 한국에 인솔자로 왔던 태국 친구가 연락을 해와서 같이 만났다. 저녁을 사준다고 해서 따라가봤더니 왓아룬이 보이는 짜오프라야 강 인근의 레스토랑이었다. 그 곳에서 한 싱어쏭라이터가 분위기있게 노래를 부르더라. 무슨 노래인지 알아들을 순 없지만 그 청년의 잘생긴 외모까지, 한껏 분위기에 취하는 밤이었다.

 

 

그 친구 덕분에 왓아룬의 야경도 보게 되었다. 그 황금 불빛을 보니 역시 새벽사원의 명성에 걸맞는 풍경이구나. 굉장히 여성스럽고 신비한 분위기였다. 이 풍경에 조용히 입을 다물었고 답이 나오지 않던 나의 시름을 걷어냈다. 나오지 않으면 어떠랴. 원래 그런게 인생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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