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지 친구와 함께 아유타야를

 

치앙마이에 오래 머물지 않고 돌아온 건 이 친구들 덕분이었다. 나에게 조금이라도 뭔가 해주고 싶어 해서 어디 가고싶은데 없냐며 그 날은 시간을 빼두겠다 했다. 그래서 이 친구들과 함께 아유타야를 갔었지.

 

어디 가고 싶냐고 묻자 나는 아유타야를 말했다. 이 친구들이 외국인이 왜 이런 유적지에 관심을 보이는지 의아해서 묻더라. 글쎄, 나도 뭐라 답하기 어려웠다. 그냥 저런 유적지를 보고싶다고만 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대답이 전혀 이상할 것 없이 아주 나다운 말이었다.

 

특별한 이유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어릴때부터 이야기가 많이 담긴 것들을 좋아했다. 오래된 것일수록 그 이야기가 많을 수밖에. 역사도 나한테는 하나의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유적은 온몸으로 그 이야기를 뿜어내는 어떤 것들. 가이드 설명 없어 그 이야기를 모른다 하더라도 그 이야기의 중심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느낌. 이래서 내가 사원으로 자꾸 발길이 향하는구나 싶다.

 

 

아유타야의 풍경을 떠올리면, 이제와 느끼지만 마치 우리나라의 경주 같았다. 현재의 삶과 과거의 삶이 함께 엉겨붙으며 그 시간과 이야기, 공기까지 서로 엮어진 느낌. 과거가 살아 숨쉬는 기분, 병풍속으로 들어온 듯한 감각.

 

 

방콕의 왕궁의 화려한 분위기와는 달리 고즈넉한, 그리고 우아한 품격이 있다. 이런 분위기는 누구도 쉽게 흉내내지 못한다. 오직 버려짐의 고통과 기나긴 인내의 시간만이 그걸 쌓아올릴 수 있지.

 

 

이미 지나버린 세월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지만 이 유적들은 조용히 이야기 한다. 나를 발견해달라고, 알아봐 달라고 말이다. 나는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 너는 그걸 알고 있니?

 

 

그렇게 뜨거운 햇살 아래 유적을 구경하고 나서 강변의 어느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분위기와 풍경은 참 좋더라. 이렇게 관광도 하고 음식도 얻어먹어서 참 미안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면 좋다 한다. 정말 고마운 친구들이다.

 

 

지나다가 코끼리 쇼를 한다고 잠깐 멈춰서 구경하자며 데려와주더라. 사실 코끼리쇼나 원숭이쇼, 말쇼 등 동물쇼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왠지 학대하는 데 일조하는 것 같고 봐도 마음이 불편하다. 하지만 보여주는 사람의 마음은 그게 또 아니니, 그 신경써주는 마음과 함께 무거움도 함께 받아뒀지.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거리에는 이런 유적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그 거리 자체가 하나의 풍경이고 그림이었다. 이렇게 초라해지지 않겠다는 듯이 어디에서도 자신의 아우라를 자랑한다.

 

 

그리고 우리는 인근의 재래시장으로 갔다. 시장은 작아서 달리 볼 건 없었고 입구엔 염소같이 생긴, 하지만 뭔가 좀더 만화캐릭터같이 생긴 동물들이 있었다. 먹이 주기 체험도 할 수 있었고 꽤 재미진 경험.

 

 

그렇게 반나절의 투어를 마치고 방콕으로 향했다. 아유타야까지 약 2시간이 걸리는데 참 수고스러운 일이었다. 더운데 야외를 계속 뻘뻘 돌아다녔고 돌아올땐 차도 많이 밀렸던 지라. 나야 여행자니 그런 수고도 사서 하는 거지만 현지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아니 더욱 고마웠다. 그래서 난 이 여행을 더욱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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