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태국) 치앙마이 도심에서의 산책 그리고 나이트마켓
# 치앙마이를 뚜벅뚜벅 누볐던 하루
아침 6시경이었나. 밤새 12시간 가량 버스를 타고 달려오니 온몸이 뻐근거렸다. 젊은 몸이라 해도 계속 게스트하우스의 딱딱한 침대, 버스 등에서 자니 점점 허리가 아파왔다. 얼른 숙소를 찾아 쉬고싶다는 생각 뿐이었지. 이때도 소심한 나는 다른데 알아볼 생각도 못하고 한인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갔다.
썽태우니 택시니 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할 생각도 못했다. 무식하게도 그냥 지도 쪼가리로 글씨도 못 읽으면서 걸어서 찾아냈다. 그곳을 어떻게 찾은건지, 지금 생각하면 아우,,, 코리아하우스의 도미토리 룸에 짐을 풀고 일단 휴식을 취한 후 점심 때서야 느긋하게 주변을 돌아보았다.
치앙마이의 성곽 주변을 걸어보았다. 붉은 벽돌의 성곽은 지도를 보니 정사각형에 가까운 모습으로 지어져있었다. 그리고 성곽 앞에는 이렇게 해자로 둘러쌓여 있었다. 해자를 따라가는 이 거리의 고요함이 마치 치앙마이의 정동길 같았다. 성문이라는 쁘라뚜 타패(타패 게이트)는 생각보다 작고 평범했다.
방콕의 번잡하고 소란스러움과는 달리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이다. 이제 슬슬 배가 고파져서 인근의 식당 아무곳이나 찾아 들어갔. 식당의 분위기가 좀 독특했다. 주인장이 서양고전영화 팬인 모양인지 관련된 사진들이 많이 걸려있었다.
이곳에서 팟씨유라는 볶음 국수를 시켰다. 면이 지금까지 먹었던 팟타이보다 훨씬 더 넓었다. 아마 가장 넓은 면을 사용한 듯 하다. 아무데나 찾아 들어간 지라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맛이 정말 환상적이었다. 직원에게 아러이막막!! 하고 외쳐댔지.
그리고 그 인근 거리를 계속 걸었다. 책방이 나왔다. 아무래도 중고서적을 파는 곳 같았다. 난 서점의 저런 분위기를 아주 좋아한다. 당장이라도 종이냄새가 풍겨오는 느낌. 그 서점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근엄한 표정의 고양이를 만났다. 명당자리로다. 책 가까운 곳엔 언제나 휴식이 있지.
그리고 각종 공예품을 가는 아담한 가게들. 치앙마이에 온 목적은 공예품들을 보는 것이었다. 태국 수공예의 꽃은 북부 소수민족에서 피었으니까. 그 영향 때문인지 치앙마이 시내의 가게들도 아기자기한 공방들이 많았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소품들이 참 좋다.
대나무로 만든 공예품을 파는 곳도 많았고 가구도 많이 있었다. 그리고 화가의 아뜰리에도 많이 보였다. 평화로운 치앙마이의 고즈넉한 산 풍경 그림. 직접 그린 엽서를 살까 했다가 그냥 지나쳤는데 아쉬웠다.
그리고 지나가는 길에 마주친 사원. 이름도 모른다. 지나가다 그냥 풍경만 찍었다. 사실은 방콕 왕궁을 한 바퀴 돌고나니 그 사원이 그 사원 같아져서ㅋ 급격히 흥미를 떨어졌다.
그리고 상설 시장도 구경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몇시간을 걸어다니다가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는데 같은 도미토리 룸에 묵던 중국인 여자가 나이트마켓 구경가지 않겠냐고 한다. 그래서 다시 따라 나섰지. 그 친구는 머리 전체를 레게로 땋았는데 카오산로드에서 했다고 한다. 얼마냐고 물으니 200바트. 내가 그곳에서 물어볼 땐 600바트였는데. 흥정을 잘했나?
여튼 나이트마켓의 시작. 상당히 볼거리가 많았다. 내가 치앙마이에 온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만족시켜줄 만큼 많은 공예품들이 내 눈을 즐겁게 했지. 개인적으로 짜뚜짝 시장에서 봤던 것들보다 훨씬 다양하고 퀄리티가 높았다.
알록달록한 먹거리를 테마로 한 각종 마그네틱. 어찌나 탐스럽던지. 만약 외국에서 산다면 다른 곳도 아닌 이곳 치앙마이에 살리라 하는 생각도 했다.
그렇게 두어시간 동안 구경을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모든게 처음이고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아무것도 사지 않았었다. 몸을 사리고 돈 쓰는 것도 사렸던 소심한 그때의 나. 하지만 여행에 한번 몸을 던져보고 나니 점점 더 어떻게 나를 던져야 할지 배우게 된다. 그렇게 여행을 통해 조금씩 배워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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