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사는 이야기/세상을 읽는 방법
이 책은 친구가 한번 읽어보라고 빌려준 책이다. 자신을 옭아매는 부정적 감정과 고통의 실체가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인지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위기의 가능성과 대처 방법 등을 이 책에서 보다 알기 쉽게 체계화하여 설명해준다. 내가 이미 아는 그 모호한 느낌을 좀더 잘 정리해주고 놓치고 있었던 부분을 보충받은 느낌이었다. 특히 불행에 대한 관점이 그러했다. 부정적 감정이 자신에게 일어난다고 해서, 그리고 그걸 털어놓는다고 해서 그게 나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부정적 감정의 실체를 인정했으면 했던 나에게 그걸 받아들이는 넌 마조히스트냐고 비난을 당했었다. 그는 고통도 삶의 한부분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가치관을 전혀 존중하지 않고 통채로 부정했다...
이 책을 읽었을 때 딱 떠오른 인물은 강신주였다. 최근 이 사람의 팟캐스트를 많이 들어서인지 몰라도 다상담에서 하는 이야기들은 이 책에서 영향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들이 세상을 통찰하고 관찰하는 철학적 사고가 흡사했다. 뭐 읽는다는 것은 독자가 자신의 경험과 매치하면서 해석하는 거니까 더 그런 느낌을 가졌을 수도. 초반 약 1/5정도 가량은 읽는데 정말 오래 걸렸다. 한 3~4주 정도 걸렸던가. 중년의 수위아줌마 르네와 열두살 여자아이 팔로마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서술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번역도 뭔가 매끄럽지 않았다. 사람들이 책을 읽다 포기하는 건 번역탓도 있다고!! 라고 속으로 외치며 힘겹게 읽어나갔다. 그러다 어느 정도 지나자 읽는 속도가 붙었고 남은 분량을 하루 동안 단숨에 읽..
작가의 다른 책인 "감정수업"보다 훨씬 쉽게 읽히고 많이 느꼈던 책이다. "감정수업"과 마찬가지로 이 책의 가장 큰 흐름은 주체적으로 사는 삶이다. 물론 다른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지만 이 흐름이 가장 나를 가장 울렸던 목소리이다. 작가는 사랑을 예로 들어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기존의 모든 것을 뒤흔들 만한 사건, 자신의 삶을 기쁨으로 충만하게 만드는 사건을 만났을 때, 온갖 역경에도 불구하고 그 사건에 충실해야 한다. 주체는 바로 이런 충실성을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주체로 사는 것의 어려움「바디우 : 윤리학」 힘든 연애를 붙잡다가 끝났을 때 떠올랐던 이상한 희열. 내 감정에 끝까지 책임을 다했다는 자부심. 그때의 감정을 설명해 줄 수 있는 글이 바로 이 대목이었..
타인에게 얘기했다 해도, 결국은 우리 자신에게 얘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난 이 글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결국은 상대방에게 얘기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얘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 이 작가도 내가 알고 있는 그런 것들을 겪었을까. 예전에 만났던 사람에게 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넌 연애를 하고 싶어하지, 나를 원하는 건 아닌 것 같아." 하지만 그건 결국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나는 연애를 하고 싶어 했지, 그 사람을 좋아한 적이 없었다. 내가 기만당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내가 나를 기만한 셈이었다. 그런데 반대로 다음 사람에겐 외려 이런 말을 들었다. "넌 내가 아니라 다른걸 원하는 것 같아. 꼭 내가 아니어도 되." 사실은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던 것이다. 예전의 나처럼...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읽혀지는 책이다. 등장인물도 많고 얽힌 이야기가 많아 읽는데 숨이 찰 지경인데도 계속 읽어내려가게 한다. 처음엔 제목만 보고 드라마 갑동이처럼 카피캣이 생기는 건가 추측했다. 하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모방범이 나왔다. 제목의 의미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튀어 나와 감탄했다. 전제적으로 문장은 간단하지만 힘이 있었다. 쉽고 일상적인 말로 사건의 추이와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행동을 깔끔하고 간결하게 묘사하면서도 중요한 메시지는 놓치지 않는다. 긴장을 조였다 풀었다 하며 마지막에 큰 반전을 주는 서스펜스는 없지만 마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했고 각 인물의 캐릭터가 입체적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인물은 피해자의 유족 아리마 요시오였다. 평범하지만 마음이..
슬픔이 찾아오면 그 다음에 올 기쁨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과거의 기억을 또렷히 바라보고 슬픔이 가져온 상처를 치유하며 영혼의 휴식을 가지는 기간. 나에게는 그 시간이 "혼자 책 읽는 시간"이다. 제목을 보고 틀림없이 나에게 필요한 책이란 걸 느꼈고 정말로 그러했다. 이 책은 언니의 죽음을 경험한 한 여자가 일년동안 매일 한권씩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서평을 쓰면서 상처를 치유해가는 수기이다. 이미 나도 그녀와 같은 시간을 가지고 책을 읽고 있는 중이다. 매일 한권씩 읽는다는 점만 다르고 시작과 결심, 치유하고 생각하는 과정까지 너무도 닮아있었다. 나도 그녀처럼 독서 그리고 글쓰기만이 자기 자신을 어루만져줄 거란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아픈 기억을 계속 ..
이 책은 저자가 문학을 스피노자가 말하는 감정의 측면에서 접근하여 자신만의 해석으로 읽어주는 내용이다. 여기에 있는 책들 중 내용을 아는 건 몇 개 있지만 읽은 건 단 한권도 없어서 나중으로 미루려고 했다. 하지만 어느 세월에 그 책들을 찾아 읽게 될지 몰라서 먼저 읽었다. 다행히 책의 내용과 인물의 상황을 먼저 간추려 소개해주어서 그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욕망의 인문학이라 그런가. 점차 어둡고 비관적인 느낌을 받았다. 후반부로 갈수록 느껴지는 작가의 쿨함에 속으로 이 말을 내뱉었다. 쿨 좋아하시네! 강신주 교수는 쿨한 것을 꽤나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이 책에서 내내 '아님 말고'식의 쿨한 태도를 가질 것을 말한다. 나는 이 의견에 반대다. 자신의 쿨하지 못함을 탓하고 자학하게 만든다랄까...
역시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유명세를 탈만했다. 방대한 사전지식을 요구하는 이 책은 정말 특급몬스터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이 책만은 읽기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뭔지 모르겠으나 계속 궁금해지게 하는 추리소설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재미가 없었다면 아마 읽다가 덮었을 지도. 윌리엄 수도사와 그의 제자 아드소가 한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이다. 윌리엄 수도사가 추리능력을 보여줄 때 마치 난 영국드라마 셜록을 보는 듯 했다. 자신이 관찰하는 것을 토대로 사람을 통찰하는 능력이 꼭 닮았다. 윌리엄 수도사와 그의 스승 로저 베이컨, 그리고 셜록. 섬나라에서 관찰과 경험론을 발달시켜온 영국이란 나라의 특징인가 싶다. 살인 사건 외에도 종교적 토론, 세력의 다툼,..
이 책을 읽으니 마치 학생이 된 기분이다. 알고보면 큰 틀은 청소년기때 학교에서 이미 배운 내용들이다. 그때보다는 각 분야의 세부 내용을 좀더 구체적이고 흐름을 잘 정리하여 설명한 책이다. 지금까지 독서일기를 써온 책은 죄다 감정이입을 했는데 이 책은 현상과 결과를 설명하고 알려주는 정보 형태로 되어있다. 덕분에 감정소모 없이 마음 편안하게 정보를 습득하는 자세로 책을 읽었다. 인문학 열풍에 편승한 뻔한 책이라 생각할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보통 인문학의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은 너무도 어려워서 초보자가 쉽게 접근할 수가 없었다. 배우고 싶은 갈망은 있지만 그에 해당하는 기초 수준이 받침되지 않으면 고전을 이해하기 어려워 포기하곤 했다. 아마 그런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누군들 도덕경이며 칸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