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얘기했다 해도, 결국은 우리 자신에게 얘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난 이 글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결국은 상대방에게 얘기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얘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 이 작가도 내가 알고 있는 그런 것들을 겪었을까.

 

예전에 만났던 사람에게 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넌 연애를 하고 싶어하지, 를 원하는 건 아닌 것 같아." 하지만 그건 결국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나는 연애를 하고 싶어 했지, 그 사람을 좋아한 적이 없었다. 내가 기만당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내가 나를 기만한 셈이었다.

 

그런데 반대로 다음 사람에겐 외려 이런 말을 들었다. "넌 내가 아니라 다른걸 원하는 것 같아. 꼭 내가 아니어도 되." 사실은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던 것이다. 예전의 나처럼. 자신이 한 말이 결국 자신의 얘기라는 것을 깨달을 날이 올까. 내가 아니어도 된다 생각했던건 상대방이 아니라 아니라 바로 자신이라는 걸 말이다.

 

이 책을 보자 방금 내가 언급한 최근의 과거 그리고 더 오랜 과거가 떠올랐다. 작가는 이 안에서 회한의 감정을 다룬다. 주인공은 자신의 행동이 미친 영향이 어떤 파장을 불러왔는지 그 현상을 뒤늦게 알아채고는 그는 정말로 혼자가 된다. 회한의 감정은 그런 거다. 한번 어깨에 올라타면 벗어날 수가 없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은 결국은 세월을 거쳐 반드시 도착하고야 만다.

 

먼저 혼자가 되어 돌아보지 않는다면 더 축척된 책임이 돌아온다. 그래서 나는 혼자가 되어 돌아보기로 선택했고 계속 진행중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 예감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주인공처럼, 그리고 과거가 돌고돌아 나에게 돌아왔던 것처럼 그가 남긴 과거는 다시 그에게 돌아올 것이다.

 

거기엔 축척이 있다. 책임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 너머에, 혼란이 있다. 거대한 혼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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