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친구가 한번 읽어보라고 빌려준 책이다. 자신을 옭아매는 부정적 감정과 고통의 실체가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인지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위기의 가능성과 대처 방법 등을 이 책에서 보다 알기 쉽게 체계화하여 설명해준다. 내가 이미 아는 그 모호한 느낌을 좀더 잘 정리해주고 놓치고 있었던 부분을 보충받은 느낌이었다.

 

특히 불행에 대한 관점이 그러했다. 부정적 감정이 자신에게 일어난다고 해서, 그리고 그걸 털어놓는다고 해서 그게 나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부정적 감정의 실체를 인정했으면 했던 나에게 그걸 받아들이는 넌 마조히스트냐고 비난을 당했었다. 그는 고통도 삶의 한부분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가치관을 전혀 존중하지 않고 통채로 부정했다. 그때부터 나에게 불행의 그림자가 덮쳐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듣는건 정말 끔찍한 일이었다.

 

겨우 끌어올렸던 나의 자존감이 밑바닥까지 추락했었지. 그 불행의 제공자가 나에게서 떨어진 후 나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상처가 어디서 왔는지, 내가 그 해답을 가지고 있는지 한번 헤집어 보기로 한 것이다. 이 과정은 정말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피가 흐르는 나의 조각조각 찢겨진 살점을 퍼즐처럼 이리저리 맞춰보고 재구성하는 과정이었으니까.

 

이 불행한 상황은 내가 어쩔수 없었던 환경과 과거에서 비롯되었고 나에겐 그걸 다시 재구성하여 실존적으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 불행에서 차츰 벗어날 수 있었다. 이 책에서 그걸 실존프로그램의 첫번째 단계 '직시하라'로 말한다.

 

실존적 삶에는 반드시 인식이 필요하다. 분명하게 보기 시작하면서 엄청난 보상을 얻을 수도 있지만, 그와 동시에 고통스러운 현실과 마주해야 할 수도 있다. (중략) 지금 살고 있는 이대로가 삶이라는 것을, 또한 현실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것을 마침내 받아들인다면 그 즉시 엄청나게 많은 불행이 해소되는 기쁨을 맛볼 것이다.

 

그리고 의미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그 다음 단계였다. 단계를 읽어가며 내가 놓치고 있었던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번째로 의미는 주관적이며 변하고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의미가 항상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두번째는, 우리는 변덕스러운 기분을 기준으로 행복을 판단하는 일도 있다는 점이다.

 

의미가 항상 필요하다고 믿는 것은 정신적인 실수, 그것도 가장 불행한 실수 중 하나다. 그렇게 믿는다면 의미가 없을 때는 의미를 애타게 갈망하게 될 테고, 삶이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러한 갈망은 만성적인 불행으로 변하기 쉽다. 의미는 산소가 아니라 물과 같다는 것을 깨닫는 즉시, 여유가 생기면서 강력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터득하게 된다.

 

기분이 아니라 의도에 집중하라. 마치 삶의 필수 과제라도 되는 것처럼 열성적으로 자신의 기분 상태를 점검하지 말라. 중립상태의 기분이 나쁜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수용 가능한 것임을 인정하라. 기분이 행복의 척도라는 생각을 내려놓자. 자신이 행복한가 불행한가 하는 문제로 스스로를 괴롭히기보다는 기분이 중립인 상태로 일다운 일에 몰두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선택이다. 기분이 아니라 의미에 집중하라. 그러면 불행을 격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이 책 덕분에 내가 찾아냈던 삶의 의미를 다시 훈련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적어 되내이기로 했다. 가끔 의미가 유출되는 위기가 찾아왔을 때 도움이 되도록 말이다. 인생 끝자락에 가서는 정말 진실되고 가치있는 삶을 살아내고 그 삶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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