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의 책인지 모르겠다. 올해 처음 완전히 다 읽은 책이기도 하다. 사실 이 책 말고도 읽은 책이 있긴 하지만 여행가기 전에 정보조사 차원에서 대강 훝었던 책뿐이라 리뷰를 쓰기 좀 애매한 부분이 있다. 이미 벗꽃도 다 진 이 시점에서 올해의 첫 책ㅋ.

 

이 책의 제목은 어디선가 많이 듣기는 했지만 제대로 인식하게 된 것은 비밀독서단이라는 tvn예능 덕분이다. 햐... 이런 예능이 나와줘서 너무 좋다. 세상에 읽을 책들이 정말 많다고 생각을 하지만 이렇게도 많이 읽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고 알려주는 한편 책 욕심을 더욱 고무시키게 하는 프로이다. 하지만 고무됨과 반대되는 나의 행동들이 문제.

 

여튼 각설하고 이 책은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약간 달랐다. 여러 단편들 중 가장 기대를 했던 '퀴르발 남작의 성'은 이미 방송에서 얘기를 들어서인지 그저 그랬다. 하지만 다른 단편들이 아주 흥미로웠다. 결론은 예상과 조금 달랐을 뿐, 재미있었다는 이야기.

 

'그녀의 매듭'은 자신의 불리한 기억들을 스스로 조작하고 왜곡하는 모습에서 한 인간의 극단적인 이기성을 볼 수 있었다. 우리들의 모습에서도 볼 수 있다.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면서 점차 왜곡한다. 본인 스스로도 자신이 조금씩 왜곡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내면안에서 자행한 마녀사냥을 조금씩 밖으로 꺼내며 고착해나가며 결국은 그것은 자신의 진실이 되어버린다. 인간의 그런 본성을 극대화 시켜 표현한 이야기였다. 내 과거이며 현재이며 미래이고 내 주변의 모든이들이기도 하다. 그렇게 다들 실재한 것과는 다른 기억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그림자박제' 편이었다. 스스로 다중인격을 만들어내면서 외로움을 해소하지만 결국은 만들어냈던 자신 자체도 심연 깊은 속 진짜 자아가 만들어낸 또다른 인격이었고 그 일면에 숨겨진 슬픈 과거가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건 인문학적이라기보다는 뭔가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느낌에 좀 마음아프고 안타까운 느낌이다.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그래도 슬픈... 어떻게 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을 툭툭 얹어놓은, 마치 작은 사리가 내 안에 굴러들어온 것 같아.

 

문학 속의 또다른 문학과 이야기. 이런 것들이 이야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만든다. 오랜만에 읽은 아주 흥미로운 한국문학이었다. 이 작가의 장편이 사뭇 궁금해진다.

BELATED ARTICLES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