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공간 (우라 가즈야 / 북노마드)
이게 다 표지때문이다. 왜냐고? 이쁘잖아! 예쁘장한 표지에 좀 있어보이는 제목까지. 여행이나 건축, 디자인을 좋아하거나 혹는 예쁜거라면 눈이 돌아가는 탐미주의자라면 집었을 책이다. 그래서 샀다. 난 전부다 해당되니까. 그리고 읽기 전에 표지를 먼저 벗겼다.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엔 종이 표지가 거추장스럽다.
벗겼더니 어머, 예뻐라! 반 접혀있던 표지를 펼치자 정체가 드러났다. 기대했던 예쁜 스케치들이 가득하다. 소풍 가서 숨은 보물찾기할 때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자 뭔가 달랐다. 특별할 것 같았던 나의 기대가 무너졌다. 보기 좋은 떡이 맛이 없었다!
내용은 거의 개인적인 메모와 작가 본인만 떠올릴 수 있는 묘사에 가까웠다. 풍경이나 느낌을 묘사하려고 여러가지 표현을 많이 사용했지만 암만 읽어도 머리속에서 그림이 그려지질 않았다. 작가의 그림을 봐도 모르겠다. 마치 그곳에 있기라도 한 양 호텔의 풍경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자신이 갔던 호텔을 혼자 추억하기 위해 쓴건가? 보통의 사람들이 재미있게 보기엔 글쎄다. 아, 건축이나 인테리에 대해 약간의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에세이의 측면으로 접근해서 본다면 나름 재미있는 부분도 있었다. 프롤로그를 보면 건축가가 자신의 은밀한 취미에 대해 말한다. 호텔방에 들어가면 줄자로 방을 측량하고 스케치를 하는 취미가 있는데 결혼 후 첫날밤에도 아내에게 줄자를 잡아달라고 했댄다. 나원 참. 피식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아내는 남편이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에 기꺼이 잡아줬겠지?
어쨌거나 책은 재미가 없고 읽기도 힘든데 어쩌지. 끝까지 읽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책인시공'에 나온 독자권리장전을 떠올렸다. 맞다. 끝까지 읽지않을 권리가 있었지. 좋은 핑계거리였다. 나중에 건축에 대한 지식이 생긴다면 그땐 좀 재미있게 읽을수 있지 않을까? 이대로 덮기엔 이 예쁜 그림들이 아쉽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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