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케이트 디카밀로 / 비룡소)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남자주인공 도민준이 읽어서 유명해진 책이다. 이 책을 타이밍 좋게 중고서점에서 발견했고 '이게 왠 횡재냐!!' 하며 바로 구입했다. 읽기 쉬운 동화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초반부분이 잘 안 읽혀져서 한 몇주는 손을 뗐었다. 그러다가 할머니가 애빌린에게 아름다운 공주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부분에서 난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해피엔딩이 아닌 그 살벌한 반전결말에 말이다. '아니!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끝나?' 놀라서 항의하던 에빌린(나도 함께 항의했다)의 말에 할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사랑이 없는데 어떻게 이야기가 행복하게 끝날 수 있겠니?
그때부터 나는 몰입할 수 있었고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에드워드의 기나긴 여정이 시작되었고 그 속에서 에드워드는 차츰 사랑의 감정을 깨달아간다. 귀를 기울여 듣는것부터 시작해서 함께 하는 시간의 소중함, 그리워하는 마음, 이별의 고통, 사랑하는 소녀가 죽어가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아픔, 자신을 살리기 위해 이별을 선택한 소년... 이별을 할 때마다 에드워드는 사랑이 점점 절실해져갔다. 제발 가지마!! 에드워드의 말 중 가장 아픈 말이었다.
에드워드는 스스로를 챙기기도 벅찬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사랑에 대해 배우게 되지만 사랑의 끝에 오는 고통에 절망하고 희망을 잃는다. 하지만 그에게 나이많은 인형은 기대를 가지라고, 다음의 사랑을 궁금해 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인형은 사랑을 거부하는 에드워드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가 사랑하거나 사랑받을 생각이 전혀 없으면 어떤 여행도 무의미해.
바로 그때 알수 있었다. 내가 초반에 집중할 수 없었던 이유를. 사랑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애빌린의 사랑한다는 말을 흘려듣는 에드워드에게 공감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에드워드는 자신 외부로부터 오는 고통에만 민감했지, 자기를 사랑해주는 주변사람들을 전혀 보고있지 않았다. 주변을 보면 이렇게나 사랑이 가득한데... 참혹하다 여기는 이 세상은 사실 이토록 아름다운 사랑을 품고 있는데...
사람들은 현실에 치이다가 에드워드처럼 사랑을 보는 법을 잊어버리곤 한다. 이 동화는 자신이 결국 무엇때문에 살고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할 기회를 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사랑하기 위해서,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면 소중한 일들을 미루지 말고 지금 사랑하고 행복해야지, 그 시간들을 놓치고 사랑을 말하는 건 바보같은 짓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름답게 만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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