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에 가기 전에 이 책을 한번 읽어보았다면 정말 좋았을텐데... 아쉽게도 계획에 없었던 갑작스런 리스본 여행 후 한참 뒤에야 읽게 되었다. 인생을 뒤흔드는 그런 순간이 찾아왔고 책을 얻게 되고 그 책으로 인해 여행을 하게 되는 신비힌 여정이 담긴 책이다.

 

참 공감이 갔던 게, 삶을 뒤흔드는 그런 놀라운 순간은 자극적으로 오지 않고 아주 평범하게 찾아온다는 것이었다. 사실 나에게도 그렇다. 내 인생을 가장 크게 뒤흔들었던 그런 순간은 정말이지 아주 평범하다. 이런 일에 삶이 바뀐다고? 라고 되물을 만큼. 나를 흔들었던 경험은 고작 도서관에서 손에 가는 책 하나 읽었던 것 뿐이다. 너무나도 사소하고 일상적인 시간 안에서 혼자 감전되었더랬다.

 

어쨌거나. 내 얘기보다 이 책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그저 한 사람을 구하고 그 사람으로부터 들은 'Portuguese'라는 단어에 이끌려 포르투칼에 살았던 한 저자의 책을 사고 그 사람이 궁금해져 리스본까지 찾아간다. 그 저자는 이미 죽었지만 그 사람을 알았던 많은 이들을 만나보는 그런 여행을 한다. 만약 내가 이 책을 좀더 일찍 읽었더라면... 주인공 그레고리우스가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던 발자취 중에 하나라도 찾아가보지 않았을까 싶다.

 

새로운 것을 보는 여행, 낯선 곳에서 존재해보는 그런 경험을 하는 여행도 좋지만 누군가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보는 것도 참 인상깊은 기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주인공을 따라 리스본을 따라 걷고 포르투칼을 여행하고 어떤 사람의 인생에 대해 듣고 그 사람을 알고 있는 또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읽어갈 때 나는 다시 긴긴밤의 유럽에 서있는 기분이었다.

 

포르투칼의 어두웠던 근대의 역사에 대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나에겐 중세의 찬란했던 관광지의 모습이었는데 실제 사람들의 아픈 기억들과 숨결이 같이 살아왔다고 생각해보니 세상이 좀 더 다르게 보였다. 멈춰버린 시간이 존재하는 곳이 아닌 살아있는 생물체 같은 그런 생동감. 언젠가 다시 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다음 여행까지는 이 느낌을 가져가보려고 한다. 영화버전은 아껴놓았다가 다음 여행에서 담아가지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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