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을 읽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술술 읽어나가는 즐거움도 있지만 사람들의 내면에 가지고 있는 착한 마음을 톡톡 건드리는 느낌을 준다. 고민을 상담해주는 할아버지의 잡화점에서 30여년의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는 기묘한 하룻밤동안 많은 사람들의 인생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많은 인생의 선물을 얻어간다.

 

고민을 들어주는 잡화점 할아버지 이야기가 기본 배경으로 깔려있다. 고민에 대처하는 할아버지의 진지한 태도는 사람을 굉장히 뭉클하게 만든다. 상담자 스스로도 답을 알고 있는 질문 안에서 상담자의 진짜 심리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답을 하려 애쓴다. 그리고 장난편지를 무시하라는 아들의 말에 장난이라 할지라도 답장을 바라는 사람의 근본적인 마음은 같다며 이렇게 대답한다.

 

(중략)……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돼

 

비록 조언이 받아들여지지 않기도 했지만 그 또한 사람의 인생에 많은 변화를 준다. 때론 그런 변화의 결과물과 점차 진지해지는 고민의 무게가 답장을 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에 무거운 추가 되기도 한다. 큰 책임을 느끼게 된 할아버지에게 온 미래의 답장은 정말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었을 것이다. 장난편지의 재치있는 답변이 한 교사의 발판이 되주었다. 그리고 그 소중한 선물이 다시 돌아왔을 때 나는 느꼈다. 이 선물이 계속 퍼지겠구나. 선물바이러스의 전염성이 마치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같은 느낌이었다.

 

인간 본연의 선량함을 믿고 전개해내가는 이야기이지만 어느 한편에서는 인연이 다하는 쓸쓸함도 함께 다룬다. 비틀즈의 영화를 본 한 소년이 기차에서 돌아오면서 떠올린 생각이 그러했다.

하긴 이별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고스케는 생각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끊기는 것은 뭔가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아니, 표면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서로의 마음이 이미 단절된 뒤에 생겨난 것, 나중에 억지로 갖다 붙인 변명 같은 게 아닐까. 마음이 이어져 있다면 인연이 끊길 만한 상황이 되었을 때 누군가는 어떻게든 회복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이미 인연이 끊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침몰하는 배를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 네 명의 멤버들은 비틀즈를 구하려 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긴 세월이 지난 후 소년은 깨닫는다. 자신이 도망치는 바람에 그 배는 갈곳을 잃었다는 것을. 서로의 마음이 이어져있지 않다고 느꼈던 영화감상은 바로 자신의 마음상태였다.

 

어른이 된 그 소년의 이야기는 안타까웠지만 좀 부러운 이야기도 있다. 나도 그렇게 미래에서 돈 잘 벌수 있는 방법을 편지로 받아봤으면. 이건 아마 누구나 꿈꾸는 판타지겠다. 그렇게 서로 도움을 주는 편지가 오가다가 마지막으로 편지를 보낸 세명의 백수 청년에게도 귀중한 답장을 찾아온다. 그리고 나도 그 답장을 함께 받았다. 모든 독자가 함께 받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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