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여름, 내일로 여행 1부 - 군산

# 생애 첫 기차여행

나이 제한을 두고 한정 기간 내 7일간 열차를 무제한으로 탈수 있는 교통패스. 이 내일로를 처음 알게 된 건 여행을 가기 두 달 전쯤 태국여행에서였다. 그때 나홀로 배낭여행자로 만나 함께 동행했던 친구가 이런게 있다고 알려주었다. 마침 그 해가 나이 제한에 있어 마지막 기회이기도 해서 한번 가보기로 했다.

 

아버지, 친척들 보러 갔던 일 외에 여행목적으로 기차를 탔던 건 난생 처음이었다. 학생들이 개강을 하는 여름의 끝자락이 가장 좋겠다 싶어 8월 마지막주에 떠났던 것 같다. 휴. 벌써 3년 전인데 그새 기억이 가물가물해졌다.

여행 계획은 먼저 가고 싶은 곳을 정한 후 그 곳에서 몇 시간 있을지 시간 배정하고, 그 후 숙박 장소 정하고 등 이런식으로 움직였다. 그때까진 국내여행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평소에 가고 싶었던 곳을 고르니 몇군데 되질 않았다. 그리고 가능한한 많은 역을 가기보다는 적더라도 집중해서 보는게 나을 것 같았다.

그 여행의 느낌을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 젊음과 열정을 가장 뜨겁게 태웠고 가장 자유로웠던 시간이었다고 본다. 이제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기억과 사진에 의존하여 예전의 이야기를 꺼내기 때문에 팁이나 정보는 거의 없다는 걸 염두에 두고 읽길 바란다.

# 첫번째 역 : 군산

내가 이곳에 관심이 갔던 건 철길마을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철길마을이 있다는 게 신기했고, 태국의 철길 시장과는 또 다른 느낌을 느껴보고 싶었다. 거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라는 이성당이 있는 그 곳. 먹을 걸 중심으로 여행을 짜는건 지금이나 그때나 참 일관적이다. 휴... 나의 모태종교는 식(食)이구나.

어쨌거나 군산에 도착. 역에서 철길마을은 걸어서 가기엔 좀 멀었던 것 같다. 역에서 나오니 둘렛길이라는게 보였다. 동네가 트래킹 하기에 제법 괜찮아 보였다. 버스를 타고 철길마을로 가보니 한산했다. 아무도 없는 철길마을에서 혼자 삼각대를 설치하고 사진을 찍어댔다. 내가 사진을 찍거나 말거나 나른하게 졸고 기지개를 고양이들이 지금 봐도 사랑스럽다.

 

이후 군산 짬뽕집으로 이동했지만 이미 문을 닫았다고 하고. 그래서 이성당으로 가서 빵 몇개 포장하고 빙수를 먹었다. 지금 방송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30분도 넘게 줄서서 빵사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땐 줄 설 정도는 아니었다. 옛날 스타일의 갓 구워나온 맛으로 그냥 뭐. 다른데 맛있다는 빵집에서도 이 정도 맛은 낼수 있을 듯 하다. 지금 간다면 10분 이상은 안 기다릴 듯.

군산이 근대 역사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문화도시라 그런 부분을 탐방하려 했지만 내가 시간배정을 잘 못했고 늦게 출발했던 지라 이미 해가 저물어서 볼 수가 없었다. 그 주변만 잠시 맴돌았다가 월명공원 해망굴로 향했다.

 

옛날 90년대의 가을동화같은 드라마에 나왔을 법한 굴이 보였다. 이 곳은 낮에 가기보다 밤에 가야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소박하고 따뜻한, 작은 도시 속의 반딧불 같은 공간이다. 이상하게도 특별히 뛰어난 경관을 가진 것도 아닌 이 해망굴에 많이 설렜었다. 지금도 이 굴을 보면 두근거린다.

 

그렇게 오후 반나절 가량 군산에서 보내고 순천에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