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찾아오면 그 다음에 올 기쁨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과거의 기억을 또렷히 바라보고 슬픔이 가져온 상처를 치유하며 영혼의 휴식을 가지는 기간. 나에게는 그 시간이 "혼자 책 읽는 시간"이다. 제목을 보고 틀림없이 나에게 필요한 책이란 걸 느꼈고 정말로 그러했다. 이 책은 언니의 죽음을 경험한 한 여자가 일년동안 매일 한권씩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서평을 쓰면서 상처를 치유해가는 수기이다. 이미 나도 그녀와 같은 시간을 가지고 책을 읽고 있는 중이다. 매일 한권씩 읽는다는 점만 다르고 시작과 결심, 치유하고 생각하는 과정까지 너무도 닮아있었다. 나도 그녀처럼 독서 그리고 글쓰기만이 자기 자신을 어루만져줄 거란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아픈 기억을 계속 ..
이 책은 저자가 문학을 스피노자가 말하는 감정의 측면에서 접근하여 자신만의 해석으로 읽어주는 내용이다. 여기에 있는 책들 중 내용을 아는 건 몇 개 있지만 읽은 건 단 한권도 없어서 나중으로 미루려고 했다. 하지만 어느 세월에 그 책들을 찾아 읽게 될지 몰라서 먼저 읽었다. 다행히 책의 내용과 인물의 상황을 먼저 간추려 소개해주어서 그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욕망의 인문학이라 그런가. 점차 어둡고 비관적인 느낌을 받았다. 후반부로 갈수록 느껴지는 작가의 쿨함에 속으로 이 말을 내뱉었다. 쿨 좋아하시네! 강신주 교수는 쿨한 것을 꽤나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이 책에서 내내 '아님 말고'식의 쿨한 태도를 가질 것을 말한다. 나는 이 의견에 반대다. 자신의 쿨하지 못함을 탓하고 자학하게 만든다랄까...
역시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유명세를 탈만했다. 방대한 사전지식을 요구하는 이 책은 정말 특급몬스터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이 책만은 읽기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뭔지 모르겠으나 계속 궁금해지게 하는 추리소설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재미가 없었다면 아마 읽다가 덮었을 지도. 윌리엄 수도사와 그의 제자 아드소가 한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이다. 윌리엄 수도사가 추리능력을 보여줄 때 마치 난 영국드라마 셜록을 보는 듯 했다. 자신이 관찰하는 것을 토대로 사람을 통찰하는 능력이 꼭 닮았다. 윌리엄 수도사와 그의 스승 로저 베이컨, 그리고 셜록. 섬나라에서 관찰과 경험론을 발달시켜온 영국이란 나라의 특징인가 싶다. 살인 사건 외에도 종교적 토론, 세력의 다툼,..
이 책을 읽으니 마치 학생이 된 기분이다. 알고보면 큰 틀은 청소년기때 학교에서 이미 배운 내용들이다. 그때보다는 각 분야의 세부 내용을 좀더 구체적이고 흐름을 잘 정리하여 설명한 책이다. 지금까지 독서일기를 써온 책은 죄다 감정이입을 했는데 이 책은 현상과 결과를 설명하고 알려주는 정보 형태로 되어있다. 덕분에 감정소모 없이 마음 편안하게 정보를 습득하는 자세로 책을 읽었다. 인문학 열풍에 편승한 뻔한 책이라 생각할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보통 인문학의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은 너무도 어려워서 초보자가 쉽게 접근할 수가 없었다. 배우고 싶은 갈망은 있지만 그에 해당하는 기초 수준이 받침되지 않으면 고전을 이해하기 어려워 포기하곤 했다. 아마 그런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누군들 도덕경이며 칸트의 ..
이게 다 표지때문이다. 왜냐고? 이쁘잖아! 예쁘장한 표지에 좀 있어보이는 제목까지. 여행이나 건축, 디자인을 좋아하거나 혹는 예쁜거라면 눈이 돌아가는 탐미주의자라면 집었을 책이다. 그래서 샀다. 난 전부다 해당되니까. 그리고 읽기 전에 표지를 먼저 벗겼다.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엔 종이 표지가 거추장스럽다. 벗겼더니 어머, 예뻐라! 반 접혀있던 표지를 펼치자 정체가 드러났다. 기대했던 예쁜 스케치들이 가득하다. 소풍 가서 숨은 보물찾기할 때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자 뭔가 달랐다. 특별할 것 같았던 나의 기대가 무너졌다. 보기 좋은 떡이 맛이 없었다! 내용은 거의 개인적인 메모와 작가 본인만 떠올릴 수 있는 묘사에 가까웠다. 풍경이나 느낌을 묘사하려고 여러가지 표현을 많이 사용했지..
그냥 실용서라 생각했는데. 참 묘한 감정이 들었다. 글쓰기에 얽힌 개인적인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실은 글쓰는 방법에 있어 뭔가 획기적인 방법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읽었었다. 그래서 평가하는 서평이 아니라 독서일기답게 내 경험을 자유롭게 쓰기로 했다. 한 5~6년 전 즈음 해서 블로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져갈 때 나도 다른 곳에서 블로그를 한 적이 있었다. 주로 영화 감상과 직접 찍은 사진을 올리곤 했다. 그때 난 영화 감상 몇줄 쓰기가 정말 어려웠다. 매번 글쓰느라 몇시간씩 머리를 쥐어 짜내고는 겨우 대여섯줄을 써냈었다. 그런데 언니가 블로그 글을 보고는 멋지게 쓰려는 표현보다 간단하지만 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쓴 글이 훨씬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한결 부담없이 편안하게 글쓰기 시작한 건 그..
헤르만 헤세는 누구나 다 알지만 사실 난 헤세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었다. 청소년기에 누구나 다 읽었을 법한 '데미안'은 읽다가 재미없어서 덮었다. 어쨌거나 이걸 산 이유는 단순했다. 세계문학이고 영문본도 함께 있어서이다. 영어공부에 도움될까 하고말이다. 물론 공부를 싫어하는 나란 사람. 역시 영문본은 펼치지도 않았다. 훗. 책은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덤덤하고 담백하게 이야기한다. 데미안은 그렇게 읽기 힘들었는데 어째서 이건 읽기 쉬운지, 같은 작가 맞나? 했다. 생각해보니 그때는 번역이 그다지 좋지 못할 때였다. 다들 읽어봤을 '데미안'을 못 읽은 건 단지 번역 때문이라 괜히 탓하면서 읽어내려갔다. 주인공 한스를 짓누르고 있는 기대와 압박, 그리고 무게. 헤세는 자신의 경험이기도 한 한스의 불행을 관찰..
책장에 꽂힌 채 오랫동안 읽지 않았던 책이다. 언니가 산 책이었는데 표지가 벨라스케스의 아주 유명한 그림이어서 강한 호기심을 느꼈었다. (그림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도 많고 검색정보도 많으니 생략하고) 현재까지 이 그림의 진짜 주인공이 누구냐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 이 소설은 오른쪽 아래 못생긴 난장이가 주인공인 양 초점을 맞춘 표지를 사용했다. 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그렇게 이 책에 대한 첫인상은 아니, 표지에 대한 인상은 강렬했지만 난 이 책을 오래도록 읽지 않고 방치하다가 이제서야 꺼내보았다. 사실 이 책은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었다. 적어도 나에겐 불필요한 묘사와 감정선이 많았다. 그리고 뭔가 끊어지는 듯한 단락과 독백들. 게다가 페이지수도 상당했다. 읽기 시작한 지 일주일쯤 되서야 겨우 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남자주인공 도민준이 읽어서 유명해진 책이다. 이 책을 타이밍 좋게 중고서점에서 발견했고 '이게 왠 횡재냐!!' 하며 바로 구입했다. 읽기 쉬운 동화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초반부분이 잘 안 읽혀져서 한 몇주는 손을 뗐었다. 그러다가 할머니가 애빌린에게 아름다운 공주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부분에서 난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해피엔딩이 아닌 그 살벌한 반전결말에 말이다. '아니!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끝나?' 놀라서 항의하던 에빌린(나도 함께 항의했다)의 말에 할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사랑이 없는데 어떻게 이야기가 행복하게 끝날 수 있겠니? 그때부터 나는 몰입할 수 있었고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에드워드의 기나긴 여정이 시작되었고 그 속에서 에드워드는 차츰 사랑의 감정을 깨달아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