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애 첫 마라톤을 준비하며 사실 마라톤은 워낙 도전하는 사람도 많고 해본 사람도 많아서 그다지 할 생각이 안들었다. 특히 자소서 쓸 때 마라톤은 단골멘트. 우리나라에 마라톤 해본 사람이 이렇게나 많았단 말이야? 라고 할 정도로 마라톤의 극한 정신 등을 써먹는다. 너무 흔해 빠졌어. 유니크하게 남들 하는건 안 하는 청개구리로 살고싶었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하여 나를 돌아볼 시간을 가져봤더니 나는 이랬다.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나 역시 남들과 별다를 것 없는 인생을 살고 있었다는 것을. 그래! 뭔가 해보자. 마침 친구가 에너자이저 나이트런을 신청해서 그때부터 좀더 관심을 가지고 찾아봤다. 찾아보니 컬러 미 라드(COLOR ME RAD)라는 독특한 컨셉마라톤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옥수수전분으로 된 컬..
이 책을 읽었을 때 딱 떠오른 인물은 강신주였다. 최근 이 사람의 팟캐스트를 많이 들어서인지 몰라도 다상담에서 하는 이야기들은 이 책에서 영향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들이 세상을 통찰하고 관찰하는 철학적 사고가 흡사했다. 뭐 읽는다는 것은 독자가 자신의 경험과 매치하면서 해석하는 거니까 더 그런 느낌을 가졌을 수도. 초반 약 1/5정도 가량은 읽는데 정말 오래 걸렸다. 한 3~4주 정도 걸렸던가. 중년의 수위아줌마 르네와 열두살 여자아이 팔로마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서술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번역도 뭔가 매끄럽지 않았다. 사람들이 책을 읽다 포기하는 건 번역탓도 있다고!! 라고 속으로 외치며 힘겹게 읽어나갔다. 그러다 어느 정도 지나자 읽는 속도가 붙었고 남은 분량을 하루 동안 단숨에 읽..
Bucketlist 020 야구장 데이트 # 어떤 것들은 하려고 하지 않아도 이루어진다. 야구장 데이트 그냥 한번 해보고 싶다. 단지 그뿐이었다. 이걸 이루려고 굳이 야구 좋아하는 남자 만날 생각도 없었고 야구 안 좋아하는 사람을 야구장에 데려갈 생각도 없었다. 그냥 해봤으면 좋겠다였을 뿐. 그런데 어쩌다보니 만나던 사람이 야구를 좋아했고 내가 가자고 하기도 전에 먼저 가자고 하여 가게 되었다. 그렇게 내가 하려고 하기도 전에 저절로 얻어졌다. 그때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이 신기한 경험에 운명같았고 그래서 더욱 끌렸던 것 같다. 지금은 함께 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참 신기하고 아련한 옛날 일. 갑자기 쏟아져 내린 소나기처럼 우연히 내 삶에 뛰어들어왔다가 사라졌던 그런 경험.
# 생애 처음으로 한 헌혈 헌혈증 날짜를 보니 벌써 4년 전이다. 그때 어떻게 헌혈하게 되었더라.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다. 지나가다가 헌혈한대서 들어갔겠지 뭐. 여튼 내 소중한 피를 주려 하니 헌혈이 두 종류라고 한다. 피를 다 뽑는 전혈헌혈, 혈장이란 성분만 뽑아내는 혈장성분헌혈. 피는 그냥 다 뽑는건 줄 알았는데, 처음 안 사실에 신기방기. 나는 피에 뭐가 부족한 지 전혈은 안되고 혈장만 가능하대서 그걸 했다. 시간은 30분 가량.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노란 액체가 쌓여간다. 피에서 저런 성분이 추출된다니 신기한데? 하고 나니 별로 힘든 것도 없었다. 다만 먹을 거를 안 줬다. 먹을 거를 안주네... 네. 전 먹는거에 서운해해요. 그랬어요. 여간 나중에는 수혈받을 일이 있을때 헌혈증 혜택이 있..
Bucketlist 088 카지노에서 게임 한번 해보기 # 카지노에 처음 발을 내딛은 날 먼저 언제 카지노를 처음 가게 되었는지 부터 말해야 할 것 같다. 때는 아마 2012년쯤? 네네. 고작 2년전인데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사실 2년전인지 3년전인지도 생각이 안나네요. 그래요. 원래 기억력 따위 존재하는지도 의문이에요. 어쨌거나! 일 때문에 하이원 리조트에 숙박을 하게 되었는데 알고보니 예약이 카지노가 있는 호텔로 잡혀있었던 것이다. 지하로 내려가면 바로 카지노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한국인 입장 가능한 강원랜드 카지노. 그렇게 평생 근처도 갈 것 같지 않았던 카지노를 처음으로 눈 앞에 두게 되었다. 그때 난 가방을 어딘가의 식당에 두고온지라 신분증이 없어서 입장이 불가했었다. 다행히도 마침..
Bucketlist 016 장기기증 신청하기 # 장기기증을 하려는 이유 뭐... 사실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어차피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는 몸뚱이. 죽었을 때 좀 주면 어때? 하는 마음이 크다. 여기서 내가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을 넣어봤자 그건 하고난 후의 의미부여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받는 사람에겐 별거 아닌 이유든 받는 게 중요하겠지. # 장기기증 신청 과정 일단 검색!!! 장기기증 검색하면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나온다. 그 사이트에서 맨위 왼쪽 장기기증->장기기증 서약하기를 누르면 서약방법이 4가지가 나온다. 휴대폰, 홈페이지, 우편배송, 팩스. 휴대폰과 홈페이지는 회원가입해야 하는데 내 개인정보 써서 아이디 또 만들기 싫고, 우편배송은 우체국 가기 더 귀찮고! 그래서 회사 팩스를 이용해서..
작가의 다른 책인 "감정수업"보다 훨씬 쉽게 읽히고 많이 느꼈던 책이다. "감정수업"과 마찬가지로 이 책의 가장 큰 흐름은 주체적으로 사는 삶이다. 물론 다른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지만 이 흐름이 가장 나를 가장 울렸던 목소리이다. 작가는 사랑을 예로 들어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기존의 모든 것을 뒤흔들 만한 사건, 자신의 삶을 기쁨으로 충만하게 만드는 사건을 만났을 때, 온갖 역경에도 불구하고 그 사건에 충실해야 한다. 주체는 바로 이런 충실성을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주체로 사는 것의 어려움「바디우 : 윤리학」 힘든 연애를 붙잡다가 끝났을 때 떠올랐던 이상한 희열. 내 감정에 끝까지 책임을 다했다는 자부심. 그때의 감정을 설명해 줄 수 있는 글이 바로 이 대목이었..
타인에게 얘기했다 해도, 결국은 우리 자신에게 얘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난 이 글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결국은 상대방에게 얘기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얘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 이 작가도 내가 알고 있는 그런 것들을 겪었을까. 예전에 만났던 사람에게 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넌 연애를 하고 싶어하지, 나를 원하는 건 아닌 것 같아." 하지만 그건 결국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나는 연애를 하고 싶어 했지, 그 사람을 좋아한 적이 없었다. 내가 기만당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내가 나를 기만한 셈이었다. 그런데 반대로 다음 사람에겐 외려 이런 말을 들었다. "넌 내가 아니라 다른걸 원하는 것 같아. 꼭 내가 아니어도 되." 사실은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던 것이다. 예전의 나처럼...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읽혀지는 책이다. 등장인물도 많고 얽힌 이야기가 많아 읽는데 숨이 찰 지경인데도 계속 읽어내려가게 한다. 처음엔 제목만 보고 드라마 갑동이처럼 카피캣이 생기는 건가 추측했다. 하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모방범이 나왔다. 제목의 의미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튀어 나와 감탄했다. 전제적으로 문장은 간단하지만 힘이 있었다. 쉽고 일상적인 말로 사건의 추이와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행동을 깔끔하고 간결하게 묘사하면서도 중요한 메시지는 놓치지 않는다. 긴장을 조였다 풀었다 하며 마지막에 큰 반전을 주는 서스펜스는 없지만 마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했고 각 인물의 캐릭터가 입체적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인물은 피해자의 유족 아리마 요시오였다. 평범하지만 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