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인시공 (정수복 / 문학동네)
이 책이 내가 독서일기를 시작하게 된 가장 큰 계기이다. 사람은 각자 상황에 따라 크게 받아들여지는 책이 제각각이라는데 정말 그랬다. 남들이 추천하는 책을 읽어도 별로 기억에 안남기도 하지만 우연히 읽은 책들이 가끔 내 마음속에 확 파고 들기도 한다. 그리고 읽었을 당시엔 기억에 담아두지 않았던 구절이 확 떠오르기도 한다. 이 책이 바로 그중 하나이다. 힘들고 지쳐있던 내 머리속에서 갑자기 이 책과 함께 다음 구절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
희망 없는 내일과 궁핍이 의식을 목죄었지만 날마다 책들을 읽는 것으로 그 고통을 견뎌냈다.
책이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줄 동앗줄이 될 것만 같았고 그것을 부여잡아 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옳았다. 정말 나에게 치료제가 되었다. 재미있게도 일년 전 읽었을 때 나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은 사실, 이게 아니라 책에서 소개한 프랑스 속담이었다.
각각의 나이에는 그 나이에만 맛볼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내가 가장 맘에 들어했었던 구절이다. 현재의 시간들을 더욱 사랑하였고 함께 있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겼다. 여행할 수 있는 때, 함께 공유해야 할 때, 사랑할 수 있는 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노력하는 나의 시간들이 그렇게도 좋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충만함을 느끼게 했던 때였다. 그 충만함이 내게서 모두 사라졌을 때 이 책은 또 다른 구절로 내 마음을 두드렸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이 책을 집어들었다. 그때는 도서관에서 빌렸지만 이번엔 이 책을 소유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계속 읽어댔다. 밤에는 집에 돌아와서 씻고 편안하게 엎드려서 또 읽었다. 책 속에서 이야기하는 책읽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과 함께 책읽는 공간과 시간을 공유했다. 비로소 내 자신이 된 것 같았다. 자유란 이름은 바로 이 느낌에 붙여져야 할 것이다. 나는 계속 이 자유를 오래도록 잊지 않고 느끼고 싶다. 그리고 이 느낌을 함께 느끼고 공유할 사람을 만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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