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넬레 노이하우스 / 북로드)
제목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뽑은 책이다. 더불어 표지 디자인도. 많은 사람들이 표지의 오묘한 느낌에 이 책을 집어들었을 거라 생각한다. 신비한 프롤로그에 끔찍한 살인 사건의 주인공으로부터 묵직하게 시작한다.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많이 풀어놓아 산만하기도 했지만 나름 집중도 잘되고 몰입도도 높았었다. 딱 중반까지는 그랬다.
아쉽게도 중후반에 들어가니 개연성이 많이 떨어졌고 당황스러웠다. 이리저리 풀어놓은 이야기들이 큰 흐름에 편입되지 못하고 흩어져 버렸다. 몇달 전 읽은 모방범도 풀어놓은 이야기가 많았었고 뜬금없이 뭐지? 하는 사건도 있었지만 그것도 마지막에 가서는 유의미하게 잘 엮어냈었는데, 이 작가는 그렇게 영리하지 못한 것 같았다.
특히 주인공 토비아스. 그가 왜 기억을 잃었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복선이 충분히 깔리지 않은 채 순식간에 벌어진 사건과 거기서 나온 장치. 독자들이 이해하기엔 좀 불친절한 책이었다. 작가가 전달하려는 게 뭔진 알겠지만 후반부의 이야기 진행 과정에 있어서는 짜임새가 그리 매끄럽지 못했다는 게 아쉬웠다.
그리고 사실 예상 가능한 스토리였다. 마을 사람들의 각자 이기심이 뭉쳐 한 명의 희생양을 만들어 냈었다는 그런 내용. 스릴러라기엔 형사들이 추리하고 실마리를 찾아가는 추적 스릴이나 사건이나 뭔가 터질 듯 말 듯한 긴장도 별로 없어 좀 아쉬운 전개였다. 그렇다고 추악한 본성에 대해 이야기 하기엔 그 힘도 떨어지고. 다만 형사들의 이야기는 사람의 이야기로 생각하고 봤을 때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내 아쉬움에 비하면 희한하게 아주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술술 읽혀진다는 게 이 책의 매력인 것 같았다. 물론 독일어 이름이 익숙하지 않아 좀 힘들었지만 그걸 제외하고서 보자면, 사건을 복잡하게 서술하지 않고 일상 생활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생각의 흐름을 짧게 나열하듯 서술해서 따라가기 쉬웠다.
사람들이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이런 게 아닌가 싶었다. 읽기 쉽게, 그리고 즐길 수 있게. 기대를 접고 가볍게 흥으로만 즐긴다면 나쁘지 않은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