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3 제주도 여행가기⑤ / 4일 - 성산일출봉, 우도, 섭지코지
Bucketlist 023 제주도 여행가기 ⑤
# 하루 동안의 일정 (4일차)
아침 일찍 대망의 성산일출봉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바삐 움직이기로 했다. 그리고 첫배로 우도를 들어갔다가 그곳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 섭지코지를 갔다가 그 이후의 일정은 미정. 뭐 이렇게 계획했었는데 여행의 마지막날이기도 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그런지 많이 지친 상태였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진행했다.
●성산 일출봉, 조식
│ 성산 일출봉에서 일출을 보고 인근 해녀의 집에서 전복죽으로 식사
●우도 일주하기
│ 전기차를 대여하여 우도 한 바퀴
●중식 후 섭지코지
│ 성산일출봉 근처에서 오분작뚝배기 먹고 섭지코지 관광
●이리저리 방황하다 석식
│ 여기저기 가려다가 용두암 근처에서 회국수
●공항으로 이동
# 아침 일찍 일어나 성산일출봉
제주도 와서 유명 관광지에서 일출은 꼭 보고 싶었기에 용두암이나 성산일출봉을 계획했다. 우도에 첫배를 타고 갈 계획이니 아예 성산일출봉에서 일출을 보고 아침먹은 후 들어가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새벽 5시에 이호비치에서 출발.
그런데 내가 시간계산을 잘못해서 해뜨는 시간보다 늦게 도착했다. 6시40분쯤에 뜨는 줄 알았는데 10분에 뜨는거...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6시 15분이었다. 서둘러 입장료를 구매하고 얼른 성산일출봉을 향해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은 벌써 환해지고 있었다.
밝아지는 가운데 반대편에서는 이렇게 달이 점점 그 자취를 감춰가고 있었다.
성산일출봉에 올라가는 길. 오르는데 한 20분 정도 소요된다. 올라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성산리 마을 전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저 너머에도 이름모를 오름이 하나 보이고. 성산항도 한눈에 들어오고.
오르는 거 우습게 보지 말라더니 정말 그러했다. 계단길이 많기도 했고 게다가 난 늦어서 막 급히 올라갔으니 말이다. 헉헉. 벌써 일출을 봤다고 내려오는 사람도 한둘 있었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하니... 와우. 난 해돋이보다 인파에 더 놀랐다. 일출보겠다고 일찍 일어난 사람들이 제법 많네. 부지런도 하셔.
수평선 위론 바다 안개가 좀 끼어있어 선명하고 멋진 일출은 아니었다. 사실 일출 자체가 날씨와 기후가 아주 잘 받쳐주지 않으면 어떤 명소라도 장관을 보기 어렵다. 특히 바다는 안개가 잘 끼다보니 그렇다. 그래도 이정도면 상당히 준수한 편. 하늘을 보니 푸르고 맑은 날씨가 계속 될 것 같았다.
일단 성산일출봉의 모습을 파노라마로 담아봤다. 햇살이 만들어내는 색채가 한눈에 보인다. 이제 내려가려고 하는데 사람들이 해를 하트모양으로 가두는 컷을 찍는 모습을 보고 따라해보았다. 해는 손안에 잘 가두워졌지만 내 머리는 바람이 너무 강해서 산발ㅋㅋ 그래서 싹둑싹둑.
내려가는 길에 마을 전경을 또 한번 찍었다. 그새 제법 환해져서인지 올라올 때와는 느낌이 다르게 변했다. 시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 낮에 오면 그 느낌이 또 다르고 해질때도 다르겠지.
양떼구름이 하늘을 덮고 성산일출봉 왼편으로 해가 어스름히 우리를 비춘다. 매일 보는 해를 다르게 볼수 있게 하는 힘.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이것만으로도 제주도 일출 감상은 충분히 성공한 셈.
일출을 보고 난 뒤 인근의 오조해녀의집이라는 곳에서 전복죽을 주문했다. 메뉴를 보니 문어도 있길래 전복죽과 문어숙회 주문. 문어는 역시 즉석에서 삶아줘야 맛있다. 그러나 전복죽은 그냥 평범. 가격이 11,000원인데 유명 맛집이란 이름에 비해 맛은 평범하고 가격은 비싸다. 한 8천원이면 충분히 먹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일단 배를 채웠으니 우도에 가야지. 첫배는 조사한대로 8시. 성산항으로 이동하기전 차에 비치는 아침해의 모습을 한번더 사진에 담아봤다. 사진으로 다시 보니 창문이 많이 더러웠네ㅋㅋ
# 하루 동안의 일정
드디어 우도!! 우도의 풍경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하니 꼭 가보고 싶었다. 성산항에서 배편은 왕복 5,500원으로 나올때는 배 시간에 맞는걸로 아무거나 타고 나오면 된다. 8시 30분부터 거의 1시간 간격으로 5시 30분에는 끝났던 것 같다. 15분 가량으로 소요되며 승선신고서도 써서 티켓과 함께 내야 한다. 배를 탑승하여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보니 한척의 배가 들어오는게 보였다.
15분은 정말 금방이었다. 벌써 우도 선착장이 보였다. 그곳에 도착하니 온갖 오토바이와 자전거, 전기차와 4륜오토바이 등이 쫙 늘어서있다. 처음에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날씨가 제법 더워지고 체력이 고갈될 거를 생각하니 빌려야할 것 같았다.
우리가 내리자마자 호객행위를 하는데, 영업을 참 잘하신다. '우도 2시간이면 충분해요', '우도 식사요? 그렇게 맛있지 않아요. 시내에서 맛있는거 드시는게 좋아요', '이런날은 식당에 줄만 길고 퀄리티도 떨어질수밖에 없어요' 난 영업에 쉽게 넘어가는 여자.
일단 바로 빌리기보다는 항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는 돌칸이를 먼저 보기로 했다. 그곳을 향해 가니 소원의 돌탑길이 나온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의 소원이 바닷바람을 맞으며 쌓여있구나. 나는 이게 돌칸이인줄 알았는데 돌칸이는 따로 있었다. 교통수단 있는데 왜 굳이 걸어 나와서 이거 보냐며 빨리 빌리자는 어머니의 재촉에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냥 나왔다. 이뤄지지 못할 소원이래도 빌어보고 싶었는데.
다시 돌아와 교통수단을 살펴봤다. 오토바이와 자전거, 4륜오토바이, 전기차. 난 자전거를 못타기 때문에 당연히 4륜오토바이와 전기차 밖에는 선택권이 없다. 아기자기하고 귀엽게 생긴 전기차에 꽂혀 전기차로 결정. 3만 5천원에 2시간 대여를 했다. 꽤 비싸다ㅠㅠ. 이게 우리가 탈 전기차. 자전거는 5천원, 오토바이는 2만원이란다. 보다시피 할줄 아는게 많으면 돈도 굳어진다는 걸 여기서 또 배운다.
사용법은 굉장히 간단했다. 아무것도 몰라도 충분히 배우고 움직일 수 있었다. 운전은 내가 하기로 했다. 렌터카센터에서 면허증 제출한 두명만 운전해야 한대서 어머니와 어머니친구분이 제출하고 나는 단 한번도 운전을 못해봤거든. 그래서 우도의 교통은 내가 책임지기로!
자. 부릉부릉. 여사님 나가신다!! 첨엔 어색해서 속도도 제대로 못냈다. 소음도 신경쓰이고 그저 낯선 것 투성이. 하지만 낯선 재미를 느끼기 위한 여행이니까. 이 재미에 흠뻑 빠져봐야지.
아름다운 해안도로 위에 카페 표지판과 알록달록한 펜션 벤치들. 이 우도에서 숙박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는 듯 하다. 한적한 섬에서 조용히 노을을 바라보는 재미도 어디에 견주기 어렵지.
지나가다보니 이렇게 생긴 새들이 바위에 서서 날개를 펴고 있다. 아 더워. 나 지금 겨드랑이 말리는 중이거든 하는 포즈 같다. 바다새 하면 갈매기밖에 떠오르지 않는 나로선 얘네들이 뭐하는 애들인지 신기하고 궁금하기만 하다. 너 이름이 뭐니?
이윽고 해변에 도착했다. 세상에 물빛이 이렇게도 순수한 빛깔로 반짝일 수가 있지? 이 바닷물이 전부 에메랄드 보석 알갱이들로 보인다. 물에 발을 담가보니 에메랄드 보석이 내 발에 사르르 적시고 빠져나간다. 규모는 작고 아담하지만 내가 가봤던 해변 중에 가장 사랑스러운 곳이었다.
해변을 빠져나와 계속 해안도로를 따라가니 아기자기한 로드 카페도 있고,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도 보인다. 참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네가 아닐 수 없다. 이래서 여자들이 좋아하는 관광지이구나 한다. 좀더 달려보자 주차단속구간이라는 팻말을 세워둔 가게가 눈에 띄었다. 좀 멀리다 차를 데고 가까이 다가가 봤다.
오호. 커피와 와플, 수제 버거 등을 파는 가게구나. 그런데 창가에 뭔가 있는 듯 하다. 뭔지 궁금해져서 좀 더 가까이 다가가봤다.
어서와. 우도는 처음이지? 많이들 놀다가. 난 인간 구경이나 좀 할란다. 이 앙큼한 고양이는 아주 시크한 자세로 창턱에 몸을 걸치고 있었다. 한 터줏대감 포스구만ㅋㅋ
고양이가 바라보는 해변 쪽에는 이렇게 알록달록한 바람개비와 벤치가 있었다. 바로 바다 앞에서 커피를 마시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라만 봐도 좋을 것 같은 엽서같은 장소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들이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제주도 향토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돌탑도 보이고 예쁘고 아담한 등대도 보인다. 눈 둘 곳이 너무 많아 행복한 고민에 빠져들었지.
우도에 왔으면 꼭 먹어줘야 할 땅콩 아이스크림!! 이정도는 먹어줘야 우도에 왔다고 할 수 있지 않겠어? 토핑 외에 아이스크림 자체에도 땅콩이 들어간 듯 하다. 시원하고 달고 맛있어요~♥ 그리고 우리에게 땅콩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봉봉카페. 카페 내부가 예쁘장해서 사진으로 담았다.
좀더 지나가다보니 섬 속의 섬 비양도로 가는 길이 보였다. 하지만 물이 제법 많이 차올라 그 안으로 접근할 수는 없었다. 섬 이름이 비양도라고 해서 그제 가려다가 못간 곳인가 했는데 그냥 같은 이름일 뿐.
비양도 앞에서 기웃대다가 빠져나왔다. 뒤를 돌아보니 점점 멀어지는 비양도. 나는 다시 앞을 향해 달려야지. 어딜 가든 난 표지판이나 도로반사경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자꾸 이런 구도에 집착하게 되네ㅋ
잠깐 세워놓고 전기차의 모습을 찍으려고 하는데 마침 사륜오토바이가 지나가준다. 같이 사진을 찍었다. 사륜오토바이는 저렇게 깃발이 꽂혀있다. 사륜오토바이는 마치 터프한 낭만가이 같은 이미지.
이제 우도의 하이라이트! 우도봉이 나왔다. 그쪽에 차도 많고 자전거도 많은게 꽤 많은 여행객들이 몰려있는 듯 했다.
좀 더 가까이 가서 찍어보니 아랫쪽에서 보트를 타는 게 보였다. 저 아래 동굴이 있다는데 그걸 보러 가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우린 전기차 대여시간을 고려해야 하므로 스킵. 우도봉에 오르는 길을 찾아 계속 움직였다.
드디어 우도봉에 올라가는 길을 찾아 올라가는데 옆에 땅콩밭이 보였다. 파릇파릇.
이렇게 우도봉 입구에 다다르자 드넓은 초원이 나타났고 그 위에서 말타기 체험하는 사람이 보였다. 개인적으로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체험이었는데 4일째 되니 타고싶단 생각이 사라져 버렸다. 게다가 이왕 말탈거 아예 승마를 배워볼 참이라ㅋ
우도봉은 성산일출봉은 그 모습이 흡사했다. 이 둘의 다른 매력을 말하자면 성산일출봉은 잘 세팅된 헤어스타일이라면 우도봉은 자연스럽게 헝클어진 스타일이라고 할까.
우도봉에서 제주도 쪽을 바라보니 성산일출봉이 눈에 들어온다. 반대로 성산일출봉에서도 우도봉이 보이겠지. 우도를 가보지 않았을 땐 성산일출봉에서 멀리 보이는 섬이 뭔지 몰랐는데 이제 보니 우도였다.
우도봉에 올라 그 전경을 바라보니 산과 초원,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우도봉에서 일출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룻밤 숙박하여 일몰과 일출을 보며 한가로이 휴양을 즐기는 여행도 해보고 싶어졌다.
사실 이때 이미 2시간 초과한 시점이었다. 초과 1시간에 2만원이랬는데 어쩌지. 일단 이미 늦은건 늦은거고, 돌아와서 반납했을 때는 20분 넘은 시점. 하지만 추가비용을 내라고 하지 않았다. 음. 놀다보니 이런일이 빈번해서 봐주시는 건가. 이제 좀 기다렸다가 돌아가는 배를 기다려 탑승했다.
떠나는 배 뒷편으로 멀리 우도봉의 자태가 보인다. 잘 있거라 우도야. 언젠가 다시 볼 날을 기대하며.
# 성산일출봉 근처에서 점심 먹고 섭지코지
성산일출봉 근처엔 맛집도 많다고 하니 그쪽으로 갔다. 주차는 일단 성산일출봉 주차장에 하고 주차장 바로 아래에 있는 청진동뚝배기에 갔다. 줄 서있는 사람이 제법 되었다. 그래도 여기서 먹어보고 싶어서 계속 기다렸고 한 20분 쯤 되자 앉을 수 있었다. 오분자기 뚝배기가 15,000원. 2개를 주문하고 또 20분 가량을 기다렸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오분자기 뚝배기. 캬~~~~ 국물이 정말 시원하다. 정말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국물 좋고 해산물도 끝내주고~~~ 왼쪽의 새끼전복을 오분자기라고 한다. 그리고 오른쪽의 새우는 딱새우. 일반적으로 먹는 대하나 중하같은 새우와는 달리 껍질이 매우 딱딱하다. 그래서 난 킹크랩의 다리살 파먹듯 그 속을 젓가락으로 파내서 먹었다. 처음엔 딱딱해서 먹기 난감했지만 그 속은 부드럽고 야들야들한게 먹을 가치가 있는 맛이다.
거의 다 먹었을 무렵 식당 직원들이 메뉴판에 마감이란 종이를 붙이기 시작했다. 오분자기가 이제 재료가 떨어졌다고 한다. 우리가 들어온 시간은 12시였고 나갈땐 1시가 다되어 가는 시점. 오픈이 10시니 3시간만에 다 나갔다는 말이다. 어느정도로 인기가 있는지 가늠이 되지 않은가?
배를 채웠으니 이제 섭지코지로 이동해야지. 이곳은 입장료 없이 소형차 주차비 천원만 들어간다. 내려서 섭지코지 해안 길을 바라보니 인파가 어마어마하다. 특히 중국인들이 많았다. 하긴 패키지에 오기 딱 좋은 곳이지. 드라마 올인에도 나왔고 입장료도 없으니 말이다.
저 멀리 올인에 나온 교회로 추정되는 집과 등대가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달콤 하우스. 솔직히 좀 이상하다. 예전의 교회는 태풍에 날아가 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새롭게 리모델링 한거라고. 쩝... 아쉬워라. 길 따라 걷다가 해안 아래를 보니 이렇게 기암괴석들이 있고 낙시를 하러 내려가있는 사람도 몇몇 보였다.
초원 한켠에는 이렇게 말타기 체험 코스도 있었고. 가격은 5천원으로 저렴했다. 많이 걷는 거도 아니고 가볍게 산책하는 수준으로 타볼만해 보였다. 무엇보다 말이 스트레스 심해보이지 않고 적당히 쉬어주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이제 등대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저 앞에 있는 건 선돌바위. 가는 길에 익숙한 꽃이 있어 찰칵. 꽃 이름은 나도샤프란. 하늘하늘 청순하기도 해라.
짜잔. 갑자기 반대편에서 등대를 찍은 사진 등장. 사실 귀찮아서 등대위까진 안올라갔다. 그냥 멀리서 구경하고 산책만 해도 좋을 듯 해서. 때론 가까이 있는 것보다 멀리 있을때 아릅답지 않느냐고... 내 게으름을 정당화 해본다.
반대편으로 넘어온 이곳에는 이렇게 초원 언덕이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제주 올렛길을 누비는 사람들이 많이들 있었다. 잠시 바람을 쐬며 휴식을 취하는 그들처럼 나도 풀밭에 앉아 공기를 마시며 긴 호흡을 가누었지.
#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이른 저녁 식사
섭지코지까지 보고 나니 급 졸음이 몰려왔다. 아침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움직인 탓이리라. 하지만 주차장이 만원인 섭지코지에 계속 있을 수도 없고. 일단 원래 계획대로 다랑쉬 오름에 가기로 했다. 한 40분 가량 달리는 동안 어머니는 졸음을 참아가며 운전을 하셨고. 내가 옆에서 깨워주려 했지만 내 눈꺼풀도 천근만근이었다.
우리 주차장에 도착하면 일단 차에서 자자. 이렇게 합의 하고 도착하자마자 쿨쿨... 그런데 갑자기 시끄럽게 왠 노랫소리가 들렸다. 나와보니 달맞이 체험행사를 한다고 미리 공연준비를 하고 있었다. 일단 깨긴 했으니 다랑쉬 오름에 오르려 했지만... 이미 지칠대로 지친 터라 어머니와 나 둘다 주저 앉았다.
노랫소리 때문에 더 잘수도 없었고, 달맞이 행사는 5시라는데 시간은 4시였고. 이젠 더 돌아다닐 기운이 없어서 바로 공항 근처로 가서 이른 저녁을 먹고 공항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시내로 이동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급 사라봉에 가고 싶으시다며 사라봉으로.
어린 시절 추억이 있었던 곳이라 한번 와보고 싶으셨단다. 하지만 방전된 체력은 충전되질 않았고. 사라봉도 가려다 말고 바로 차로 돌아왔다. 그 다음엔 저녁먹어야 하니 우리 용두암 구경한 후 근처에서 먹으려다 못먹은 회국수랑 자리물회 먹자고 했다. 어머니께서 용두암 주차장을 지나치신 덕분에 이왕 더 지나간거 음식점으로 찾아 들어갔다.
용두암 바당회국수 집에 들어가 한치회국수와 자리물회를 주문. 자리물회는 세꼬시라 뼈가 씹힌다는 직원의 설명을 듣고도 주문했다. 몇년 전에 가을전어 세꼬시를 잘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하지만 나의 기억은 왜곡되어 있었다. 뼈 씹히는게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하지만 양념은 정말 맛있었다. 한치물회였으면 잘 먹었을텐데. 좀 아쉬웠다.
반면에 한치회국수는... 심심하기 그지 없었다. 회국수조차 중면을 쓸줄은 몰랐다. 양념도 심심한데 면이 굵어 양념의 맛을 더 반감시키는 듯 했다. 어머니가 추가로 해물칼국수를 주문했지만 이건 더 맛이 없었다. 육수는 짜기만 하고 해물인지 야채인지 정체성을 알수 없었다.
마지막 저녁식사는 이렇게 실패하고 우리는 공항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벤치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이름하야 공항 노숙인 셈. 피곤에 쩔은 얼굴로 한 3시간 가량을 딩가딩가 하다가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제주도가 볼 것이 많아도 너무 많다. 다음 번엔 하루 줄여서 2박3일로 체력을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재미있기도 했지만 더 가보지 못한 곳이 많아 아쉬움도 남는 여행. 이래서 제주도를 사람들이 또 오고, 또 오는 모양이다. 다음번엔 오름투어인지, 사설관광지 투어인지, 올렛길 투어인지 등의 테마를 정해서 와야지.
** 그나저나 얼마나 사진을 찍어댔던지.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이 무려 779장이었다... 32기가인 아이폰 용량이 꽉 차버렸다. 정리하는데도 지치는구만.